초고령사회와 주식시장의 변화
내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노인 천만 명'이라는 말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예상되며,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노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의 전망이 밝다는 정도가 아니라, 주식시장의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매도나 금융투자세처럼 당장의 이슈가 중심이 된 지금의 시장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주식시장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특징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과 자주 비교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배당을 잘 주고, 물적분할 후 상장 같은 사례도 드물며, 상하한가 제한이 없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과세 구조도 거래세보다 양도소득세 중심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누가 주식회사의 진짜 주인인가’에 있습니다. 미국은 주주의 권한이 강하고, 경영진은 이사회에서 임명되며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습니다. 반면, 한국은 오너 경영 구조가 많고, 이로 인해 배당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대주주인 오너는 재무적 부담을 피하고 싶어 하고, 일반 투자자도 배당보다 주가 상승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노후 대비 수단으로서의 투자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고, 성장속도는 완만해졌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생활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합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그 해답은 부동산이었습니다. 거주용 한 채, 임대용 한 채의 모델로 월세를 받아 노후를 대비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인구가 뒷받침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인구도 줄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외에도 퇴직연금 등이 등장했지만, 퇴직금은 재직기간 30년 기준으로 고작 2~5년의 생활비에 해당합니다.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미국처럼 배당 중심이 가능한가?
미국에서는 배당을 기반으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 외에도 거의 모든 자산군이 ETF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인은 기관 투자자를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배당 중심 시장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시세차익에 집중하고 있으며, 공매도나 금융투자세 이슈 역시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소로 인식됩니다.
또한 기업 구조에서도 문제는 지속됩니다. 물적분할 후 상장이 이뤄지면,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는 희석되기 쉽고, 기업 성장보다는 지배구조 유지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장기적 배당 확대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걸림돌: 건강보험료
배당소득이 노후 자금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입니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에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배당소득을 포함한 금융소득에는 그대로 부과됩니다. 특히 연 2천만 원 이상의 금융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고, 별도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2천만 원은 최저생계비 수준에 불과한데, 이 금액을 넘으면 보험료가 급격히 늘어나게 됩니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하고 모은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노후를 보내려 해도, 그에 따르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셈입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제 부동산 중심의 노후 모델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금융자산, 특히 배당 중심의 주식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 기업의 배당 확대
오너 경영이라도 배당을 잘 주는 기업에 투자 수요가 집중될 것입니다. 배당 중심 구조가 정착되면 장기투자 문화도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 세제 구조 개선
현재처럼 거래세가 높고 배당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구조는 장기투자에 불리합니다. 거래세를 낮추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 재정비
배당소득에 과도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현재 제도는 고령층의 금융자산 활용을 위축시킵니다. 소득구간별 상한선 설정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 다양한 금융 상품 개발
연금형 ETF, 배당금 자동 지급 상품 등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금융 상품이 확대되어야 하며, 세제 혜택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맺음말
‘노인 천만 명 시대’는 이미 현실입니다. 앞으로 노인이 될 세대는 교육 수준과 경제활동 경험이 풍부하며, 은퇴 후 생활 수준도 일정 이상 유지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기존의 부동산 중심 노후 모델은 지속 가능성이 낮아졌습니다. 주식시장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의 구조와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초고령사회를 지탱하는 주요 기반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