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찾는 경제학 적인 방법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출판계와 서점가에는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인쇄소는 야근을 불사해 책을 찍어내고, 서점 앞에는 책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죠.
이런 진풍경은 그동안 조용했던 책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반가운 일입니다.
텍스트힙(Text Hip), 독서가 힙해진다
요즘 SNS에서는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모습 자체가 ‘멋진 것’으로 인식되고,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처럼 소비되고 있는 겁니다.
무언가를 읽는다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책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만큼 독서량의 감소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되었고,
이런 과시적 독서라도 책을 펼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합니다.
문제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막상 책을 읽겠다고 마음먹고 서점을 가도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가 유명하다면 이름만 보고 사는 것도 방법이지만,
대부분은 작가의 이름 외에도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와 충실함을 평가해야 하죠.
그런데, 우리는 보통 잘 모르는 분야를 더 알고 싶어서 책을 찾기 때문에 그 평가조차 쉽지 않습니다.
책 평가, 광고보다 믿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분명 참고가 되지만,
때로는 책이 광고판처럼 이용되기도 하고,
홍보가 부족한 책은 아예 눈에 띄지 않기도 합니다.
인터넷 서점의 미리보기, 서점에서 책을 직접 펼쳐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보다 더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기준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 책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
경제학의 가장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책에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사고 싶어하는 물건은 가격이 오르고,
많이 팔고 싶은 물건은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문제는 도서정가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신간 도서의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유동적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고책 시장입니다.
중고책 가격 = 사람들이 실제로 평가한 책의 가치
요즘은 중고책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서점이 많습니다.
중고책은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형성됩니다.
중고가가 높은 책은 다음 중 하나입니다:
- 절판되었거나,
- 내용이 뛰어나 계속해서 찾는 사람이 많거나,
- 유통된 물량이 적어 희소성이 있는 경우입니다.
예시로 보는 중고가 기준
- 판매 중인 책:
정가의 80% 이상이면 꽤 괜찮은 책입니다.
- 절판/품절된 책:
출간 후 3년 이내라면 정가의 100~120%,
이후에도 수요가 있으면 150% 이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 반대로, 판매 중인 책의 중고가가 정가의 50% 이하라면
구매보다는 도서관 이용이나 중고책 구매를 추천드립니다.
중고가를 보면 책의 ‘진짜 가치’가 보인다
책의 중고가는 이미 책을 실제로 읽은 독자들에 의해 형성된 평가입니다.
꼭 중고책을 사지 않더라도,
중고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와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마치 별점과 후기를 확인하듯,
중고가 역시 하나의 지표로 활용해보세요.
독서는 사고력 + 언어력까지 키운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단지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는 게 아닙니다.
무의식적으로 발성기관이 활성화되면서
소리 내어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 때문에 어휘력뿐만 아니라
말하기의 유창성과 이해도까지 함께 향상됩니다.
안중근 의사가 말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
는 독서가 말하는 힘까지 키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 좋은 책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
책은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서점은 특정 책의 광고판처럼 되어가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책의 가격은
실제 독자들의 평가가 반영된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
무엇을 읽을 것인가가 곧 어떻게 생각하고 말할 것인가로 이어집니다.
책을 잘 고르는 기준은 곧 지식의 질을 좌우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지식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책을 사기 전에, 중고가를 한 번 확인해보세요.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수요와 가치를 보여주는 '책의 평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