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상

동네 상가의 2층 이상이 모두 없어진다면?

상계동백곰 2025. 3. 13. 14:39

최근 들어 ‘상가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여겨졌던 상가 공실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는 추세입니다. 신도시처럼 공급이 과잉된 곳만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공실을 보기 어려웠던 상가들조차도 이제는 빈 점포가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를 버티지 못한 건물주들이 상가를 매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융자도 없고, 관리비도 적은 오래된 건물들이지만, 공실이 단기 현상이 아닌 장기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서 변화가 체감될 정도라면, 그 원인은 결코 단일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상가 공실은 급격히 줄어드는 자영업자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영업자의 감소는 2030세대 인구 감소, 온라인 쇼핑의 성장, 최저임금 인상, 식자재 및 원자재 가격 급등, 전반적인 경제 성장 둔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상가 매도자들 중에는 고령층이 많아, 노후 자금으로 삼던 월세 수입이 끊기자 현금 확보를 위해 상가를 처분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자영업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경쟁력이 약한 애매한 상가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상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앞으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변화의 흐름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1층 상가로의 집중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소비 욕구 확대에 힘입어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면서 상가는 늘 공급 부족 상태였습니다. 아파트에 비해 상가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막상 지어 놓으면 대부분 분양되었고 임대 수익도 꾸준했습니다. 한정된 대지에 많은 상가를 넣기 위해 1층부터 시작해 고개를 들어야 간판이 보일 정도의 높이까지 상가를 배치하곤 했습니다. 지하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경쟁력이 있는 업종만 살아남고 이들이 1층 상가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1층 상가에 입점하려 하고, 1층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내는 업체들은 굳이 건물 전체를 사용하기보다는 상권 자체를 옮기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 지하나 2층 이상의 상가는 아무리 임대료가 저렴해도 임대가 잘 되지 않으며, 결국 장기 공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2. 상가의 ‘주택화’

 

유럽처럼 상가가 1층에만 집중되고, 그 외 층은 임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공간 활용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나타날 것입니다. 지하는 주거용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창고, 주차장, 체육시설 등 특화된 용도로 고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층 이상 상가는 내부 수리와 용도 변경을 통해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대로변이라는 입지 특성상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음과 빛공해는 단점이지만, 점차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거용 전환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주택으로 전환이 어렵다면 사무 공간, 창고, 온라인 기반 업종 등 비교적 접근성을 덜 요구하는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3. 역세권·사거리로의 집중

 

상가 내에서는 1층으로, 상가 입지 측면에서는 역세권과 사거리로의 집중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제는 날 잡아서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사러 나가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여러 볼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역세권이나 사거리 입지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교통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해도,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일상적인 이동조차 절약하게 만듭니다. 과거에는 저렴한 물건이 있다면 버스를 갈아타고서라도 찾아가곤 했지만, 지금은 그만큼 저렴한 물건도 드물고,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 위주로 구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동 없이도 여러 일을 볼 수 있는 곳—역세권과 사거리 상권—으로 손님이 몰리는 것입니다.

 


상가의 종말, 그 의미는

상가의 종말은 단순히 경제 침체를 뜻하지 않습니다. 경제 활동의 양상, 노후 준비 방식, 투자 수단, 생활 패턴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변화를 요구하는 현상입니다. 예전 같으면 쉽게 나오지 않았을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매도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은 상가 공실이 장기화·일반화되는 과정에 있으며, 정부가 건축물 용도를 바꿔줄 정도로 상황이 진전된다면 다시금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상가의 쓰임과 존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