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상

잘파(ZAlpha) 세대의 경제학 : 재화와 서비스를 넘나드는 효용 평가

상계동백곰 2025. 7. 18. 13:00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잘파세대와 소비 패턴의 변화

얼마전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습니다. 어릴 때 조선총독부 건물에 있던 국립중앙박물관을 기억하던 세대로 국립중앙박물관 건물을 볼 때마다 많은 추억이 떠오릅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갔는데, 일본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유물 소개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본어로 무엇인가 잘못된 내용을 따지시던 할아버지가 기억이 납니다. 일일이 옆에 있던 관광객들에게도 유물 소개를 하시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이촌으로 옮기고 나서 한번씩 그 주위를 갈 때가 있으면 방문을 합니다. 특히 반가사유상이 있는 '사유의 방'은 한번씩 들러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정리하는 목적으로 가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지만 주중에는 공간이 넓직해서 조금씩 쉬면서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특징 중 하나는 무료인데도 불구하고 재정적으로 운영이 이 잘 되고 있는 점입니다. 대영박물관에서 기부금 요청 홍보를 하던 것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인데, 이는 소위 '뮤지엄굿즈'라고 하는 각종 박물관 기념품 판매 수익으로 충당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박물관 기념품이야 고려청자나 신라 금관 같은, 진중한 것만 생각나던 저에게 귀엽고 이쁜 술잔이나 컵받침, 냉장고 마그넷부터 유명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등 눈길을 끄는 제품들이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박물관 기념품을 둘러보다가 20대로 보이는 두 관람객이 하던 말이 기억납니다. '예쁘긴 하지만, 이걸 사면 공연을 못 보는데 뭘 해야하지?'라는 내용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그 과정에서 소위 잘파(Z+Alpha)세대가 어느 누구보다 경제학에 충실한 세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효용 평가의 변화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목표로 합니다. 자원은 재화와 서비스로 나뉩니다. 효율적인 활용의 기준은 '효용'인데, 영어로는 Utility입니다. 편의성이라고도 하는데, 결국 희소한 재화와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해서 가장 극대화된 효용을 얻을지 고민하는 것이 경제학입니다.

기존 세대들에서는 재화와 서비스를 분리한 후 효용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화는 재화끼리, 서비스는 서비스끼리 효용을 비교했던 것입니다. 여기에 남의 눈을 신경쓰는 사회문화가 붙으니 재화는 재화대로,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획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고비용 저효율의 중복 효용을 초래했습니다.

경제가 성장기에 있을 때는 중복 효용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저성장이 세계적으로 고착화되면서 효용 평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잘파세대들이 명품을 잘 사지 않고, 되려 환멸을 느낀다고도 합니다. 이는 재화와 서비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을 평가하는 태도에서 기인합니다.

명품은 재화의 범주 안에서는 효용을 많이 주는 물품이지만, 서비스와 비교를 했을 때는 효용이 크지 않다고 잘파세대들이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명품을 사고나서 얼마동안 행복하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기존의 명품은 자신의 만족보다는 남의 시선을 통한 대리만족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잘파세대들은 명품을 사서 쓰고 다시 팔았을 때의 감가상각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1회 콘서트 티켓 가격을 비교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하다면, 서비스를 통한 경험 기억이 훨씬 오랫동안 남아서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전망

저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재화가 부족하던 시기, 물건 한번 풍족하게 써보자는 시대정신은 분명히 중요했고, 유효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그 끝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는 오랫동안 한국 산업구조의 약점이었던 빈약한 서비스업이 자리를 채울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화와 서비스를 넘나들며 비교하는 소비자들이 필요합니다. 잘파세대들이 주 소비계층으로 등장하는 10년 뒤에는 지금과는 다른 산업구조가 펼쳐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말처럼 쉽지 않고, 그 과정에서 여러 혼란이 따라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잘파세대의 다차원적인 효용 평가 방식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들었던 그 젊은 관람객들의 대화가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