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병학

임증지남의안에서의 오미(五味) 인식

상계동백곰 2022. 1. 6. 14:55

섭천사는 임증지남의안에서 상한론을 근간으로 내경의 이론으로 해석하고 처방은 오미에 근거해서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미론은 본초를 처방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지만 오미로만 약을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마치 사상의학이 네 가지 체질로 인간을 해석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을 밑도 끝도 없이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 것보다는 본초는 수천 년의 세월을 통해 약이 될만한 것들을 찾았고, 그 안에서 오미를 적용하는 지라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동식물을 본초약재로 쓰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독성이 인체에 치명적이지 않아야 하고 독성이 있더라도 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부자나 초오가 대표적일 것이다. 독성이 있는 야생 버섯들은 본초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언정 굳이 약으로 쓰지는 않는다.

두 번째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유르베다에서 쓰는 약재들도 한약처럼 식물 기원이 많다. 그럼에도 겹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데, 다른 문화권일 뿐만 아니라 자생지의 특성 차이가 크다 보니 수입을 하지 않고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세 번째로 효능이 뚜렷해야 한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자기 방어와 생존, 번식을 위해 항산화, 항균 작용을 가지고 있다. 잔디도 항산화 효능이 있어서 성분 추출을 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한두 가지 뚜렷하지 않은 효능으로는 약재로서의 가치를 사람들이 평가하기 어렵고 다른 효능이 더 잘 나타나는 약재에 대체당하기 쉽다. 

이런 조건을 거친 것이 약전에 있는 500가지 정도의 본초이고 임상에서는 100가지 이내, 그 중 다빈도로는 50가지 이내로 쓰이는 약재들이다. 이 약재들을 세밀하게 쓰는 도구로서 기미론은 의미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미론 중 섭천사의 오미에 대한 인식을 정리하고 살펴보고자 한다. 오미 자체도 중요하지만 조합의 근거가 되는 다른 오미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1. 산미 (酸味)

산미의 고유 특성

酸以收之, 味厚以填之, 酸味以斂之, 酸泄肝陽
시큼한 산미는 간에 속하는 고유의 맛이라고 한다. 작약이나 모과 등이 해당된다. 수렴하는 의미가 있고, 간의 성한 양기를 빼는 의미가 있다.
 
신미와 감미
酸甘化陰, 酸甘濟陰, 酸收甘緩, 進以甘酸, 充養胃陰, 甘酸固澀
산미와 감미가 합쳐져 음액으로 화한다는 설명이다. 자주 나오는 표현인데, 숙지황과 작약의 조합이 대표적이다. 숙지황, 맥문동, 아교가 감미, 작약, 모과, 오매가 산미로 조합되는 경우가 많다.
 
 

2. 고미 (苦味)

고미의 고유 특성

苦降淡滲, 苦味和陽, 苦寒沉降, 苦以降氣, 苦味堅陰, 淡滲苦寒

쓴맛은 내리는 작용을 한다. 찬 성질의 약이 많고 주로 상초의 기운을 내리는 데, 황금과 황련 등이 대표적이다.
섭천사는 쓴 맛이 진액과 위를 상하게 한다고 해서 신중하게 사용했다. 의안에서도 다른 의사에게 쓰고 찬 약을 투여받고 와서 악화되었다고 한 내용이 많다. 
그럼에도 황금을 쓴 의안이 꽤 있다. 심하비증에 사심탕을 써야 한다는 상한론의 법칙을 따라간 것이 많고 자기가 쓰는 처방에서는 진액을 보호하는 편인 황련을 많이 사용했다.
 

고미와 신미

苦降辛泄, 苦辛泄降, 苦辛泄肺, 苦辛開氣, 苦辛破血, 辛以散邪, 苦以降逆
쓴 맛은 진액을 응축시켜서, 매운 맛은 발한으로 진액이 빠져서 온병가들이 꺼려한다. 하지만 섭천사는 흉복창만이나 간비불화, 간위불화 등 간목이 횡역한 경우에는 진액을 해치지 않는 쓴맛과 매운 맛이 있는 약재들로 처방을 구성한다. 주로 황련, 치자, 건강 등이 해당된다.

 

3. 감미 (甘味)

益肺氣藥皆甘, 甘寒熄邪, 甘寒生津解煩熱, 斯甘寒清氣熱中, 必佐存陰爲法中之法甘寒醒胃卻熱, 甘寒清上, 甘寒清補胃陰, 甘緩和陽生津, 甘寒清熱, 甘溫益氣, 甘緩理虛
단맛이 나는 약재에 대한 설명이 많다. 이 중 주목할 것은 甘寒清熱, 甘溫益氣이다. 감온지제가 보기하는 것은 기존 이론인 데, 감한지제가 열을 끈다는 것은 온병만의 고유한 시각이다. 맥문동이 대표적이다.
 

4. 신미 (辛味)

 

신미의 고유 특성

辛潤通絡,辛香治絡, 非辛香何以入絡, 辛香氣燥

맵고 건조한 약재는 온병에서 크게 꺼린다. 마황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통증 관리 차원에서 락맥을 중시하고, 락맥에 들어가는 약재들을 별도로 통락약이라 규정하였다.
맵고 질이 윤기가 있어야 하고 향이 있는 약재들인 데, 회향이나 안식향 등 이름에 '향'자가 들어간 약재들이 해당된다.
 

신미와 감미

辛甘化風, 辛甘理陽, 辛甘理陽, 調營培土, 以甘泄木, 散鬱宜辛, 辛散以理肝, 酸泄以體肝, 甘緩以益, 肝宣辛甘潤溫之補, 甘辛潤補肝腎

맵고 단 약재들이다. 양기를 잘 통하게 하고 상풍증을 치료하는 방법인데 계지와 육계가 대표적이다. 간울 증상에도 사용한다.

 

5. 함미 (鹹味)

함미의 고유 특성

鹹味入陰, 鹹寒沉降, 鹹緩和陰
짠맛은 음분에 들어가며, 짜고 찬맛은 가라앉는다. 귀판, 별갑, 용골, 모려 등 각종 동물성 약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함미와 고미

鹹苦入陰和陽, 鹹苦治下入陰, 鹹苦堅陰

짠 맛과 쓴맛을 같이 써서 음분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