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 흔히 '위드 코로나'라고 하는 정책을 시행한 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앞서 다른 나라들이 봉쇄 해제를 하면서 나타났던 확진자, 위중증자, 사망자 급증 현상을 우리나라도 똑같이 따라가고 있다.
선별 진료소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음식점과 카페에서는 사람들이 좀 더 오래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지만 언제 다시 방역지침이 강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생활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전염병이 그러하듯이 코로나도 계속 변이가 발생하고 있다. 변이 자체는 놀라운 현상은 아니지만 변이의 폭이 커서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매번 변이가 발견될 때마다 마주하고 있다.
계속 변이가 생겨서 결국은 백신이 무용해지거나 새로 백신을 만들기가 어려워진다면, 그래서 증상완화제나 치료제와 중증환자를 위한 에크모 정도만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실 인류는 백신 없이 살아온 기간이 더 길었다. 백신이 18세기 후반 종두법에서 시작되었으니 최근 300여년을 제외하고는 백신 없이 전염병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전염병에 대한 참상은 각종 역사서에 잘 기록되어 있다.
한의학의 약물 처방의 기준을 세웠다고 평가받는 상한론도 저자가 전염병으로 일가친척과 가족들을 대부분 잃고 쓴 책이다. 상한론의 이론을 계승발전시킨 온병 또한 전염병과 싸워온 기록을 체계화 한 것이다.
페스트, 스페인 독감, 천연두 등 많은 전염병이 생겨서 퍼졌고 어떤 전염병은 지구 상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항생제와 백신, 세균학의 발달이 이뤄낸 성과이다.
그중 백신이 인류가 지금처럼 국경을 넘나들면서 살게해준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백신이 의미가 없어진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미 우리는 코로나 초기에 이런 삶을 살고 있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극도로 제한되고 대규모로 모임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니면 어려워질 것이다. 인간관계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 같은 직장 내 일부에 꾸준히 모임을 가지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제한될 것이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같은 병원균에 노출되어도 그 반응이 다른 것은 면역력에 달려있다. 한의학에서는 외부의 발병원인이 발현되는 곳은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라는 것을 2천여 년 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반대로 면역력, 좀 더 크게 말하자면 생명력이 좋을수록 전염병에 덜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전염병의 원인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 조선시대의 의서에 기록된 것처럼 경조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산모나 아이들처럼 면역이 떨어진 사람들은 가지 않는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
사람들을 만나기 전후로 손 씻기 등 외부 위생을 넘어서 면역력과 항균 기능을 올려주는 약이나 건기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도 있겠다. 예전에는 한약 중 곽향정기산(불환금정기산)이 이런 역할을 했었다.
백신이 없는 사회는 아마도 지금 같은 코로나 시대에서 각종 방역정책을 푼 대신 사람들이 알아서 주의하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봉쇄를 해서 병원균이 숙주로부터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목표지만 수반된 경제위축은 종국에는 굶어 죽을지, 병에 걸려 죽을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백신이 갑자기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백신이 무용해지면 또 1년정도 기다려서 백신을 만들 것이다. 몇 번 반복되면 그제야 백신 무용론이 생기겠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사회구조도 백신 없이 돌아가도록 바뀔 것이다. 인류는 적응을 전염병과 싸우고 적응을 해온 역사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전세계가 공들여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일순간에 무위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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