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지황 (甘, 微溫)
숙지황은 하초음허의 주약이다.
보음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음은 계속 쓰기만 하고 채워지기 어렵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음액은 우리 몸의 형체를 이루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이는 혈액, 체액, 호르몬까지 포함한다. 우리가 마시는 물이 바로 혈액이 되지 않는 것은 혈액을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보습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음액이라는 큰 대상보다는 수분대사에 한정해서 보음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온병 이전의 보음은 숙지황이 담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음약은 한성약이 많은 데, 한성약은 비양을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지황을 구증구포라는 복잡한 포제를 통해 약성을 바꾸고서야 숙지황을 중요한 보음약으로 쓰일 수 있게 되었다.
온병에서 아교의 적극적인 활용이 이뤄지고 나서야 숙지황은 하초, 아교는 상초의 음허로 구분될 수 있었고, 그 이전까지는 음허는 숙지황이라 할 만큼 독보적이었다.
숙지황을 포함한 보음제를 쓸 때는 하복부의 탄력을 확인한다. 제하불인이라고 하는 하복부의 감각 둔화가 대표적이나 하복부의 탄력이 떨어져도 보음제를 쓸 수 있다. 맥상은 세맥 또는 삽맥이 많다. 설진에서는 설체가 갈라져있다.
음허는 열상을 띄는 경우가 많으나 필수는 아니다. 음허발열은 음허증과 열상의 자주 나타나는 동시 발현이지 필연적인 증상은 아니다.
온병에서는 생지황 등 숙지황을 포제하기 전의 한성의 지황을 많이 사용한다. 감한지제로 열을 내리는 방법을 중시하면서 기존에는 쓰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생지황의 활용이 증가한 것이다.
숙지황은 포제가 잘 되면 그나마 괜찮지만 지황제는 소화기가 약하면 복용 후 소화불량을 호소할 수 있다. 보음을 목표로 할 때는 2-3돈씩 처방을 해야 하지만 소화력이 받쳐줄 때의 이야기이다. 이 때는 복령을 동량 처방하거나 유산균을 같이 복용하도록 하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아교 (甘, 平)
아교는 상초음허의 주약이다.
온병이 발달하면서 스타가 된 약물들이 있다. 복령과 맥문동이 대표적이고 아교도 그중 하나다.
아교는 상한론에서 자감초탕에 들어있었던 약재로, 온병에서는 이명인 복맥탕이 정식 처방명으로 바뀌어서 온병 체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갑복맥탕, 삼갑복맥탕처럼 복맥탕 가감방이 온병 발전단계에서 주치 처방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자감초탕의 이름을 가리고 본다면 처방 구성은 지황, 맥문동, 작약 등 보음이 목표인 것을 알 수 있다.
아교의 기원은 당나귀의 가죽을 녹여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쓰임도 적고 구하기도 어려워서 소의 가죽으로 만든 아교를 썼었고, 당연히 의도한 효과가 나지 않아 잊힌 약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녹용과 인삼 이상으로 인기 있는 보약으로 각종 음식에도 심심치 않게 들어가는 약재이다.
자국 내 수요 부족으로 가격 급등은 말할 것도 없고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다른 사람의 당나귀를 훔쳐서 도축한 후 중국에 팔 정도로 아교의 인기는 연일 상한가다. 1
아교도 보음제니 만큼 숙지황을 쓰는 복진과 맥진, 설진 지표에 준해서 쓴다. 다만 그 특징이 상초에 좀 더 국한되어 있다. 심장이나 위, 폐의 음허 증상이 심한 경우 아교의 처방을 고려해야 한다.
백수오
백수오는 온성 보음약이다. 소음인의 음허 증상에 쓴다.
백수오는 적백하수오로 통칭되던 하수오를 구분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적하수오는 하수오로, 백하수오는 백수오로 우리나라 약전에서는 등재되어 있다.
한 때 백수오의 기원식물인 은조롱과 사촌지간인 이엽우피소의 혼입으로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처방에는 은조롱을 사용한다.
백수오는 소화력이 그리 좋지 않은 데 음허의 지표가 나타나는 환자에게 처방한다. 흔히 있는 경우는 아니다. 소화력이 좋지 않으면 음액이 잘 생기지도 않지만 기혈순환도 약해서 음허도 뚜렷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비허와 음허가 같이 나타날 때 숙지황이 부담스러운 경우 백수오를 처방할 수 있다. 숙지황에 비해 보음력이 약한 것은 감안해야 한다.
소음인 처방에서 음허를 처리할 때 숙지황 대신 백수오를 쓰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구기자 (甘, 平)
구기자는 평성 보음약이다.
구기자만 단독으로 보음에 대응하지는 않는다. 보음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숙지황을 기본으로 하면서 보음약의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때 구기자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열증이 미세하게 우세해서 숙지황의 약한 온성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청열약은 과한 것 같을 때 약성으로 열증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는 데, 보통 평성이나 약간 찬 보음제를 같이 쓰는 방법이다. 구기자를 함께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평성 약재는 다른 약재의 한열을 희석시켜준다. 한성 약재와 평성 약재는 한성을 완화시켜주고 열성 약재와 평성 약재는 열성을 약화시켜주는 개념이다. 처방의 한열을 미세조정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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