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점점 그 목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본 10% 이상의 관세를 전제로 각국과 협상을 시도하면서 그동안 맺었던 미국과의 여러 무역 협정을 종잇장으로 만들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조약 조문 하나에도 수많은 논의와 논쟁이 동반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을 텐데, '트럼프'라서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그의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당초 관세를 부과할 때만 해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 때문에 관세를 철폐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미국 내 물가상승률은 관세 부과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이는 물가를 구성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비용이 떨어지면서 다른 비용 상승을 상쇄하여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을 억제한 것입..

한 종목에 '몰빵' 투자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분산투자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거의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투자자들의 계좌에는 한두 개 종목만 담겨 있습니다. 시장이 좋아 보이면 가진 자금을 가장 관심 가는 종목에 몰아넣고,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며 흐뭇해합니다. 하지만 조정이 오면 당황하고, 가장 수익률이 높던 종목을 생각하며 쉽게 팔지 못합니다. 이후 주가는 더 하락하고, 어느새 수익은 손실로 전환됩니다. 이제는 본전만이라도 건지기를 바라지만, 주가는 오르락내리락하며 투자자의 인내심을 시험합니다. 지친 끝에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제서야 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 경험을 반복하며 우리는 주식시장이 ..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히는 이유를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표현은, 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분할상장, 주주 권리의 무시, 불투명한 기업 정보, 공매도와 같은 시장 내부의 문제부터 남북대치 상태나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외부 요소까지—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리스크로 꼽을 수 있는 건 다 포함된 듯한 느낌입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런 문제들은 다른 나라의 시장, 특히 잘 나간다는 미국이나 유럽 주식시장에도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시장이 활황일 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짜..

봄기운이 여기저기 고개를 내미는 4월 초, 전 세계는 관세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라는 개념으로 적게는 10%, 많게는 50% 가까운 관세가 각 나라에 부과될 것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4월 7일 세계 각국 주식 시장은 블랙먼데이로 불릴 정도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관세는 과거의 유물로 치부되었습니다.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하에 세계 각국은 관세를 철폐하는 제도를 만들어 왔고, 우리나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맺으면서 이 흐름에 참여했습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유 무역이 많은 기회로 다가왔었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지위를 획득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바뀐 세계는..

최근 두 종류의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며 느낀 점과 생각을 중심으로 스마트워치 사용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갤럭시 초기 모델은 설정이나 사용법이 깔끔하지 않았고, 맥박이나 활동량 측정 기능도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핏빗처럼 걸음 수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기기가 더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스마트워치는 제 손목에서 멀어졌고, 다시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마트워치를 다시 찾게 된 계기는 잦은 통화 누락 때문이었습니다. 문자나 전화가 올 때 휴대폰을 보지 않거나 다른 곳에 두면 놓치는 경우가 많아 스마트워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인 알림 기능만 원했기 때문에 갤럭시 워치와 같은 고가 모델은..

최근 들어 ‘상가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여겨졌던 상가 공실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는 추세입니다. 신도시처럼 공급이 과잉된 곳만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공실을 보기 어려웠던 상가들조차도 이제는 빈 점포가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를 버티지 못한 건물주들이 상가를 매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융자도 없고, 관리비도 적은 오래된 건물들이지만, 공실이 단기 현상이 아닌 장기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서 변화가 체감될 정도라면, 그 원인은 결코 단일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상가 공실은 급격히 줄어드는 자영업자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영업자의 감소는 203..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출판계와 서점가에는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인쇄소는 야근을 불사해 책을 찍어내고, 서점 앞에는 책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죠. 이런 진풍경은 그동안 조용했던 책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반가운 일입니다.텍스트힙(Text Hip), 독서가 힙해진다 요즘 SNS에서는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습니다.책을 읽는 모습 자체가 ‘멋진 것’으로 인식되고,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처럼 소비되고 있는 겁니다. 무언가를 읽는다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책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습니다.그만큼 독서량의 감소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되었고,이런 과시적 독서라도 책을 펼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합니다.문제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막상..

내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노인 천만 명'이라는 말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예상되며,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노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의 전망이 밝다는 정도가 아니라, 주식시장의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매도나 금융투자세처럼 당장의 이슈가 중심이 된 지금의 시장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주식시장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특징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과 자주 비교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배당을 잘 주고, 물적분할 후 상장 같은 사례도 드물며, 상하한가 제한이 없는 점 등을 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인하가 미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전부터 금리인하가 꽤 오랫동안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현실화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금리의 향방은 물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물가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성에 달려 있습니다. 물건과 서비스가 저렴하면 물가는 내려가고 그 반대라면 올라갑니다. 생산성을 규정하는 요소는 자본, 토지, 노동력, 시간, 기술 수준 등이 있습니다. 이 요소들이 풍부하면 생산비용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늘어나니 물가는 내려가고 금리도 내려갈 것입니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상당기간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왜 그런지 설명하는 시각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런던 정치경제대 찰스 굿하트(Charles..

자산가치를 전망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잘 맞지도 않지만, 맞는 말을 해도 비난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차라리 무조건적인 비관론자나 낙관론자가 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틀리면 가만히 있고 맞으면 자랑하면 되니까요. 그럼에도 부동산 전망을 해보려는 것은, 예측의 정확도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예측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제시되는 근거들의 타당성은 상대적으로 검증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24년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그 이후 상승도 급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는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금리가 예전처럼 1~2% 대의 저금리의 시대를 2-3년내, 길게는 10년 동안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 연준은 강한 노동시장과 잡히지 않는 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