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지정제, 이제는 논의할 때입니다당연지정제는 국민 대부분에게 생소한 단어입니다.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정책에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처음 듣는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 의료계 종사자조차도 '그런 제도가 있다'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이 제도가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깊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하지만 당연지정제는 한국 건강보험의 핵심 구조이며, 현재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제도입니다.당연지정제란 무엇인가?당연지정제는 모든 병원과 의원, 약국이 국민건강보험 진료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덕분에 국민 누구나 전국 어디서든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의료 접근성과 비용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우수한 의료체계..

십신과 전통적 길흉 개념의 이해사주명리학을 공부하시는 분들께서는 길신(吉神)과 흉신(凶神)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일간(日干)을 중심으로 다른 오행을 음양으로 구분하여 사회적인 관계를 규정한 것을 십성(十星) 또는 십신(十神)이라고 부릅니다. 십신은 부모, 형제, 배우자, 자식과 같은 가족관계를 정의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를 살아가는 수단과 방식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흔히 고위 공직에 순조롭게 오르는 사람에게 '관성(官星)'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십신은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비견(比肩): 자신의 동료나 협력자겁재(劫財): 재물을 급하게 취하려는 행위나 투기심. 경쟁자.식신(食神):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생산수단상관(傷官): 특수하고 창의적인 생산수단이면..

조선은 끝났지만, 성리학은 끝나지 않았다역사책에서나 보던 성리학 사회의 모습을 현재 한국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기론(理氣論)과 격물치지(格物致知)로 대표되는 성리학은 500년간 조선의 지배 이념이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 수명을 다한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유산은 여전히 우리 삶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가족의 가치, 공동체 의식,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 등 우리가 아름답게 여기는 많은 가치들이 성리학과 부합합니다. 그러나 성리학을 숭상하던 조선왕조가 식민지배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었듯이, 성리학의 부작용 또한 여전히 한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정답 사회'의 기원: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여러 부작용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정답'을 요구하는 문화입니다. 성리학의 핵심 개념인 '이..

사고실험의 시작예전에 친구들과 농담처럼 나눈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약 흑석동에서 평생 한 발자국도 못 나오는 대신 1조원이 생기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가정적 상황이었습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은 강남과 가까운 부촌이지만, 개발이 필요하고,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처음에는 "그런 것을 누가 하겠느냐"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지만, 막상 서로의 아이디어를 내면서 흥미로운 논의가 전개되었습니다.제약 조건의 창의적 해결친구들과 나눈 아이디어들을 정리해보면:인적 교류의 문제: 흑석동에서 못 나가니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느냐는 문제는 '충분한 돈으로 그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봤습니다.문화생활의 한계: 강남의 새로운 맛집이 있다면 배달을 시키거나, 정말 맛있으..

한의학 표준화의 딜레마한의학 연구에서 '표준화'는 오랫동안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같은 환자를 진료해도 한의사마다 다른 진단명을 내리는 것이 일상이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사상체질조차 전문가 간 진단 일치율이 70%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진단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정밀도였습니다.이러한 현실은 한의학계에 양가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편으로는 연구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근거가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확한 진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현실에서는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기준으로 진단 및 보험청구를 하고, 한의사 각자가 활용하는 이론 체계에 근거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표준화 미비가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한약 처방입니다. 심평원의 삭감 정책이 ..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치 타자기로 문서를 작성하다가 워드프로세서로 작업을 처음 했을 때의 심정, DOS의 검은 화면을 보다가 윈도우의 그래픽 환경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을 AI를 통해 오랜만에 느끼고 있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는 AI, 저 역시 당연히 여러 분야에 활용하고 있습니다.그중 최근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분야는 글쓰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힐들어하는 불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이전에도 책을 쓰고 전자책을 만들어봤지만 AI의 도움을 본격적으로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많은 변화를 느꼈습니다.작업 방식의 혁신대표적으로 Sigil을 통해 작업할 때, 각종 디자인을 CSS 코드로 바로 ..

서점에서 마주한 변화간만에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았습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여전히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적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로 유명 작가들의 신간과 정치인들의 책이 중앙 통로 양쪽에 진열되어 있습니다.이번 방문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은 책의 주제나 디자인이 아닌 두께였습니다. 문학 서적 코너의 책들이 예전보다 가볍고 작아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문학 코너만의 특징인가 싶었지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나마 두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파이썬이나 노코드 도구 같은 기술 분야와 과학 분야 책들뿐이었는데, 이마저도 300페이지 안팎의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과학서적 하면 벽돌만큼 두껍고 큰 책들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책이 점점 얇아지고 작아지고 있는 것..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식하고 분류하려 해왔습니다. 성격 유형에 대한 관심은 시대마다 다른 이름과 개념으로 나타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사이자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혈액형 성격론은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MBTI와 사주 일간 등 새로운 개념의 성격 분류가 등장했습니다. 관심의 본질은 동일하지만 접근 방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MBTI에서 에겐/테토로의 변화MBTI가 한동안 유행하다가 결국 T(사고형)와 F(감정형)의 차이로 분류가 단순화되더니, 최근에는 '에겐'과 '테토'라는 새로운 분류 기준이 등장했습니다. 에겐은 에스트로겐, 테토는 테스토스테론을 뜻하는 것으로, 각각 여성성과 남성..

예술이란 무엇인가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답을 내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 중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의문 중 하나가 '예술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것입니다.예술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예술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 노래를 부른다, 춤을 춘다, 조각을 한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고상하고 복잡한' 예술의 정의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행위가 예술이 될 수도, 아니면 하나도 예술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행위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나마 예술은 아닐지라도 예술 행위를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물론 무조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고 예술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코인노래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

들어가며: 평화 시대의 전시형 세금 체계? 세금과 관련되어 많은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을까 생각해보다가 최근에 유튜브로 봤던 '영웅시대'에서 1960년대가 전시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세금 제도가 언뜻 보면 일반적인 선진국의 조세 체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전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왜 평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세금 체계가 전시 상황의 그것과 닮아있을까요? 이 글에서 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간접세의 높은 비중: 전쟁과 조세 전략 일반적으로 전시에는 국가가 빠르게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야 하기 때문에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부과할 수 있는 간접세의 비중을 높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