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하거나 앞두면서 포스트 코로나 (Post COVID-19) 시대도 다가옴을 느낍니다. 완전한 종식은 내년에서나 기대를 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에 마스크와 상상도 못할만큼 큰 경제손실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거리두기만으로 코로나에 맞서던 시기보다는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1년 이상 코로나와 함께 살아왔던 지금, 이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하고, 온라인에서 모이자고 하면 바로 오프라인에서 모이던 시기의 기억들이 희미해졌습니다. 상권은 재편되었으며 산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들은 어떤 활동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을 마무리 했습니다.
미래 예측은 조심스럽습니다. 미래가 그대로 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우리가 1년전 코로나를 맞이했을 때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을 해봅니다. 우리가 살아가야할 모습, 살고 싶은 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기는 백신을 맞기 시작해서 집단면역이 형성되었을 때를 기점으로 하겠습니다. 이 때쯤 되면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긴 해도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되어 있고,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사람들에게 특수하게 걸리는 질병으로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가속과 재정의라는 두 키워드로 포스트 코로나의 모습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흐름이 더욱 심화되는 것을 가속, 반대로 흐름이 끊기고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재정의라고 하겠습니다.
경제부문부터 보겠습니다. 자영업자가 대량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에 충격을 줄 때마다 자영업자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 회복했죠. 지금은 코로나 이전부터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으로 자영업자의 환경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24시간씩 운영하던 음식점들이 시간을 줄이는가 하면 점심과 저녁 사이에 영업 준비시간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취약한 상당수의 가게들이 폐업을 했습니다.
큰 상권의 좋은 자리에서도 폐업이 속출했고, 이 과정에서 '권리금'이라 불리는 비용이 사라졌습니다. 새로 진입할 사람들에게는 호재이겠지만 건물주인들에게도 좋은 소식입니다. 권리금을 안주고도 건물 리모델링을 한 후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게들은 폐업을 지속해도 정작 새로운 건물들이 그동안 들어섰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재개발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더 높아질 임대료, 인건비와 노동자 권리 보호 등은 고용을 유지할만큼 큰 자영업이 아니면 새로 생기기 어렵습니다.
기업에서는 대단위로 재택근무를 도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재택근무를 해도 되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를 확인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해도 문제가 없는 분야는 고용이 축소되거나 외주를 줄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업무만 대면으로 해야 한다면, 대면으로 하지 않는 업무는 덜 중요한 업무가 될 것이고 이를 계약직이나 아웃소싱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인들은 자신의 최소 소비량을 확인했습니다. 답답하기는 해도 음식을 시켜먹거나 직접 해먹으면서 얼마를 먹는 것이 자신에게 딱 필요한지 확인했습니다. 옷도 따뜻하게, 시원하게 지내려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들이 많았습니다. '트렌드'라는 단어가 이를 대표합니다. 지금은 만날 일이 없으니 트렌드가 없어졌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의식주가 얼마정도인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된 것 입니다. 그 이상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추가로 필요한 것이니까요.
자영업자가 줄어들고 대형화되는 것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소비의 패턴은 재정의될 것입니다. 누구의 추천, 트렌드는 당분간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은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고 결정할 일이 많아질 것입니다.
문화는 어떨까요? 예전부터 우리가 즐기던 것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트롯트와 판소리가 대표적입니다. 전통적인 모습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원형은 품고 있습니다. K팝을 위시한 한류의 영향이기도 하고, 반대로 지금 문화콘텐츠가 서로 교류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인한 문화소비의 재정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문화의 교류는 코로나 종식의 막바지에서야 가능할 것입니다. 국경의 개방은 해당되는 모든 나라가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가능합니다. 문화의 모습도 속도에서 내면으로 바뀔 것입니다. 고유함을 내보일 수 있는 문화요소를 향유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인구절벽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전부터도 결혼과 출산을 안하고 있었지만 사람을 만날일이 없으니 새로운 인연을 찾는 행위도 제약을 받았습니다. 1년에 30만이 태어난다고 하고 이마저도 줄어들면 인구 감소로 인한 현상들이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인프라의 효용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일할 사람도 모두 줄어들고, 사회의 활력이 없어지는 시점이 가까워집니다. 오죽하면 총수요를 증가시키자고 나라에서 돈을 주자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인구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예측이 상당히 용이합니다. 인구구조를 바꿀 방법도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이민 수용과 통일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도 쉽지 않지만 적어도 이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확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변화가 없지도 않습니다. 빨라지는 것과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나눠보면 좀 더 예측이 쉬울 수 있습니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 시대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 기간이 1년을 넘을 것입니다. 희망을 품고 큰 숙제를 마치면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기분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생각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본 글은 이재철연구소에서 2021년 2월 3일에 간행한 글을 재게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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