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증지남의안에서 섭천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처방을 구사하였으며, 원방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감례를 활용했다.
이 가감례가 의미가 있는 것은, 기존의 이론체계의 알려진 방법이 아닌 온병의 개념을 바탕으로 처방의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육미지황탕의 경우, 6가지 약재로 되어 있어 신음허라고 하면 거의 손도 대지 말고 그대로 처방해야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섭천사는 육미에서도 목단피와 택사를 빼고 쓰는 경우도 많았으며 그 이전에는 거의 가미하지 않던 추석(秋石)과 같은 약재도 빈번하게 사용했다.
온병 고유의 처방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상가에게 익숙한 기존 처방의 가감례를 보면서 온병을 활용하는 밑그림을 그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쓰이면서도 빈도가 높은 가감례를 선별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가감례가 나온 의안을 함께 참고하는 것이 좀 더 깊은 분석이 되겠지만 가감례의 경향성만 따로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각 처방의 구성은 임증지남의안의 끝 부분에 있는 처방 목록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용량은 편의상 제외하였다.
1. 가미소요산
가미소요산은 柴胡 當歸 白芍 白朮 茯苓 甘草 煨薑 薄荷 丹皮 山梔로 이루어져 있다.
섭천사는 여기서 주로 백출과 치자를 빼고 울금을 가미하였다. 백출은 조습의 효능이 있어 진액도 같이 줄일 우려가 있고 치자는 시호와 청열 효능이 겹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울금은 상초의 어혈을 제거하는 한성약으로 소요산의 열을 제거하는 효능과 목단피의 하초 어혈을 담당하는 것을 강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소건중탕
소건중탕은 白芍 桂枝 炙草 生薑 大棗 飴糖으로 구성되어 있다.
섭천사는 허로의 첫번째 처방을 건중탕으로 여기고 중시를 했다. 황기건중탕 등 건중탕의 속하는 각 처방 별로 가감례가 풍부하게 있다.
섭천사는 건중탕에서 이당과 생강을 빼고 복령과 인삼을 가미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사군자탕을 별도로 연복하도록 한 사례도 있다.
소건중탕 뿐만 아니라 황기건중탕, 귀기건중탕에서도 일률적으로 생강을 빼는 경우가 많다. 온성약에 생강이 더해지면 발한을 통해 진액이 소모될 가능성을 안배한 것으로 보인다.
복령은 위를 보하고 인삼을 비를 보하는 약으로, 허로에서 비위의 의미를 좀 더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3. 계지탕
계지탕은 桂枝 白芍 炙草 生薑 大棗로 구성되어 있다.
계지탕에 행인이나 천화분을 가미하고 작약을 뺀 사례들이 있다. 행인과 천화분은 선폐의 효능이 있으면서 질윤(質潤)하여 의안에 많이 나타나는 데, 계지탕에는 없는 선폐의 효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4. 귀비탕
귀비탕은 人參 白朮 茯神 棗仁 龍眼肉 黃芪 當歸 遠志 木香 炙草 生薑 大棗로 구성되어 있다.
귀비탕에서 목향과 황기, 원지를 빼는 경우가 있다. 목향은 방향약으로 진액의 소모가 우려되고, 원지 또한 매운 약으로 동일한 이유로 분석이 된다. 황기는 표를 닫는 의미가 있어 울화를 처리해야 하는 귀비탕의 의미에 배치된다.
구기자를 가미하기도 했는 데, 용안육의 온성보음에서 보음은 살리고 온성은 완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5. 맥문동탕
맥문동탕은 麥冬 半夏 人參 甘草 大棗 粳米로 구성되어 있다.
맥문동탕에서 반하를 빼는 용례가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가미약은 사삼이나 황기이다.
맥문동은 위음을 보하는 약으로 반하는 담을 제거하기 때문에 약성이 충돌한다. 음허는 담음을 끼고 나타나지만 한 번에 양쪽 모두를 다스리는 용약은 쉽지 않다. 담음을 먼저 제거하고 이후 보음이 원칙이긴 하다.
6. 육군자탕
육군자탕은 人參 茯苓 白朮 甘草 陳皮 半夏로 구성되어 있다.
육군자탕에서 감초를 빼는 용례가 있다. 섭천사는 감미는 중초를 막는다는 관점하에 감초를 빼거나 양을 매우 줄여서 사용했다.
백출과 진피를 빼고 작약과 모과를 가미하는 용례가 있는 데, 이는 간비불화를 목적으로 산미가 있는 작약과 모과를 쓴 것이다.
7. 육미지황탕
육미지황탕은 地黃 山茱萸 山藥 丹皮 茯苓 澤瀉로 구성되어 있다.
보음을 중시하던 섭천사니 만큼 육미의 가감 활용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복령을 군약으로 삼아 처방하기도 하고 아교와 맥문동을 가미해 보음력을 더 올리기도 한다.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가감례는 목단피와 택사를 빼는 것이다. 혈증이 없으면 목단피는 제외해야 하고, 소변불리가 나타나지 않으면 택사를 제외해야 한다.
산수유를 거하고 작약을 가미해서 쓰는 용례도 있다. 산수유는 삽미가 있어 염음고탈의 효과가 있으나 음액의 순환을 막을 수도 있다. 작약은 염음의 효능을 가지면서도 이러한 측면에서 자유롭다. 사물탕과 육미를 합한 사육탕의 의미이기도 하다.
생맥산과 육미를 합방해서 쓰기도 하였는 데, 가감례는 육미와 거의 동일하다.
육미 등 보음약에서 가미약으로 추석(秋石)이 한 번씩 나온다. 어린아이의 소변을 모아 결정화시킨 것으로 감한한 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약전이나 대응약이 없는 것은 아쉽다.
8. 복맥탕
복맥탕은 炙草 桂枝 人參 麻仁 生地 阿膠 麥冬 生薑 大棗로 구성되어 있다.
육미와 마찬가지로 복맥탕도 보음의 중요한 처방이다 보니 다양한 가감례가 있다.
우선 인삼, 계지, 생강은 거의 빼고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삼은 기분의 약이고 계지와 생강은 약성 때문에 보음을 방해한다.
작약과 모려를 가미한 경우가 많다. 보음을 한 후 쉽게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9. 소청룡탕
소청룡탕은 麻黃 桂枝 白芍 幹薑 細辛 五味子 甘草 半夏로 구성되어 있다.
마황과 세신은 기본적으로 빼고 쓴다. 온병가가 싫어하는 진액을 소모시키는 대표적인 약재이기 때문이다.
석고, 행인, 인삼, 사당 등을 가미했는 데, 감한한 약이거나 윤제의 특성이 있다.
10. 이공산
이공산은 人參 茯苓 白朮 甘草 陳皮로 구성되어 있다.
육군자탕에서 반하를 뺀 것인데, 되려 이공산의 가감례가 더 많다. 반하는 담음을 없애는 약으로 진액을 소모시키는 의미가 있다.
백출을 빼는 경우가 많고 가미는 작약, 산약, 익지인, 오매, 모과, 오미자 등이다. 기분(氣分)에 약성을 집중하고 간비불화를 처리하는 약으로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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