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언
흔히 양방이라고 하는 생의학(Biomedicine)의 질환 체계와 한의학의 질환 체계가 다른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도적으로는 KCD의 생의학 질병명을 쓰게 되어 있지만 한의사들이 시행하는 시술의 이론 근간은 질병보다는 변증론치에 더 힘이 실려있다.
교육자체는 양방과 한방이 결합된 형태로 배웠지만 임상에서 자주 참고하는 서적은 최근 것이라기보다는 동의보감이나 상한론, 사상의학 등이 대부분이다. 필자도 임상에서 중요하게 참고하는 책은 임증지남의안이고, 최근 것이라고 해도 2백 년 이상된 책이다.
질환별 한방치료를 시작하면서 이런 이질성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 파킨슨병은 한의학 서적에서 어디에 해당되고 그 병은 어떻게 된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그러기에는 양방과 한방이 인체를 각각 다른 층위에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의학을 영어로 'Holistic medicie'의 특성이 있다고 하는 데, 최근까지 연구된 것들을 바탕으로 추론하면 장-뇌간의 축, 전신에 작용하는 항산화와 항염증, 면역조절 기능이 한의학이 질병 치료를 할 수 있는 근간이라 보고 있다.
이 추론이 타당하다면 질환 개개의 특성보다는 인체의 항상성의 조절에 집중하는 의학이 된다. 잘 활용하면 모든 질환에 선제적으로 한의약 치료를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잘못 해석하면 중세 유럽에서 모든 질환은 피를 뽑아야 낫는다와 같은 형태의 믿음을 닮을 수도 있다.
특정 질환에 어떤 탕약을 배타적으로 쓴다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 질병의 특성을 감안해 한열허실을 나누고 특정 약재를 가미하는 정도가 일반적일 것이며, 이는 동의보감에서도 각 질환별로 방약을 제시한 것과 같은 방법이다.
질환별 한방치료는 각 질환의 임상 특징과 한의약 치료의 적응 여부들을 요점을 짚어 정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살을 붙일 수 있는 정리를 지향하고자 한다.
파킨슨병의 한방 치료
파킨슨병은 천천히 움직이는 서동과 안정 시 편측 떨림을 특징으로 하는 근신경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뇌 영상에서도 흑질의 변화 이외에는 별다른 진단지표가 없어서 임상증상을 위주로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은 서동증이 가장 대표적이며, 표정이 없고 안정 시 편측 떨림이 있다. 손 떨림이 대표적이지만 턱, 어깨, 몸통 등 떨리는 부위는 매우 다양하다.
파킨슨병은 주 증상뿐만 아니라 보행에 문제가 생기고 우울증과 무기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 증상도 같이 오는 경우가 많아 전신질환으로 접근하는 한의약 치료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도파민 유도체인 L-DOPA를 우선 투여하며, 여기에 반응하면 파킨슨병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L-DOPA의 투여로 증상이 상당 부분 호전되지만 3년에서 5년 정도 지나면 약에 대한 반응이 떨어진다. 이 약의 부작용으로 이상운동증이 나타나기도 하는 데, 이 시점에서 한의원 치료를 찾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은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노화와 연관이 많다. 퇴행성 질환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의약 치료를 진행할 때도 완치보다는 점진적인 개선을 목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떨림 때문에 한의학의 간풍내동으로 보고 평간약을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임상 징후를 보면 기허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복직근이 굳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기허 증상인 말소리가 작고 말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이 보인다. 이 때문에 보중익기탕을 기본방으로 작약감초탕을 합방하고, 간풍에 대응하는 백강잠이나 천마를 가미해서 대응한다.
근골격계 증상이 많기 때문에 침 치료가 꾸준히 들어가야 한다. 보통 1주일이 2회 내원을 기준으로 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주 3회까지 횟수를 늘린다. 침 치료로도 떨림이나 보행 장애가 개선이 되는 편이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전침을 병행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봉독 시술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봉독도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PLA2(Phospholipase A2)를 제거하지 않은 원액을 희석해 쓰는 것이 효과가 있다. PLA2는 알레르기를 유발하지만 포유류의 신경전달에 쓰이는 물질이기도 하다. 임상에서 차이를 느끼는 경우가 꽤 있다.
탕약을 2-3개월 정도 복용하면 환자 스스로도 변화를 느끼는 편이며, 침 치료를 꾸준히 받고 1년 정도를 보내면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게 불편감을 못 느끼는 정도까지 끌고 갈 수 있다. 보험약은 변증에 따라 주지만 허증인 경우 보중익기탕을 5일 단위로 처방한다.
파킨슨병은 한의약 치료가 잘 듣는 질환 중 하나다. 치료에 반응하는 속도가 아주 빠른 질환도 아니다.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함께 꾸준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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