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목민적 유연성의 시대'시스템이 엉성하다', '변화가 급격하다'는 평가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이 견고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동안, 한국은 마치 유목민처럼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정권 교체 시마다, 때로는 한 정권 내에서조차 조세·교육·복지·국방 등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들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었습니다. 국민들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정부가 뭔가 일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했으며, 이는 분명 한국 사회만의 뛰어난 적응력이자 유연성으로 작용하였습니다.하지만 이 유연성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한 정권에서 추진한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 완전히 폐기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불..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히는 이유를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표현은, 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분할상장, 주주 권리의 무시, 불투명한 기업 정보, 공매도와 같은 시장 내부의 문제부터 남북대치 상태나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외부 요소까지—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리스크로 꼽을 수 있는 건 다 포함된 듯한 느낌입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런 문제들은 다른 나라의 시장, 특히 잘 나간다는 미국이나 유럽 주식시장에도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시장이 활황일 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