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중익기탕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처방이다.
상한론의 시대를 벗어나 내상 잡병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든 대표 처방이며, 그럼에도 상한론의 정신을 충분히 이어받았다.
사상의학을 만든 이제마까지도 보중익기탕의 수정과 활용에 몰두했다. 처방의 효용과 더불어 연구할 수 있는 특이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처방이다.
보중익기탕은 이동원의 원방을 볼 필요가 있다. 내외상변혹론에 실린 보중익기탕의 처방은 다음과 같다.
황기 5푼, 인삼 3푼, 백출 3푼, 감초 5푼 당귀 3푼, 귤피 3푼, 승마 3푼, 시호 3푼
황기와 감초가 5푼이고 나머지 약들은 3푼으로 동량이다. 황기와 시호의 비율이 2배 이내로 차이가 난다.
단계심법으로 넘어가면서 황기와 인삼의 비율이 증가하고 황기와 시호의 차이가 2배 이상으로 벌어진다. 방약합편에서는 황기가 1.5돈이고 시호가 3푼이 되어서 5배의 차이가 나게 된다.
전통적인 해석은 시호는 승거(昇擧)의 의미가 있고 황기와 당귀 두가지만으로도 허열을 제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방을 보면 시호 자체가 적지 않다. 보중익기탕을 소시호탕의 연장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기 자체는 평성(平性)이기 때문에 열을 제어하는 것은 시호와 승마가 주역할을 한다.
보중익기탕을 장기간 복용하는 보제로 보면 시호의 양이 부담스럽다. 임상에서도 환자들이 보중익기탕을 복용하고 얼마 되지 않아 변이 묽어지는 등 열이 내려가면서 시호의 작용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다보니 시호의 양도 크게 줄어들고 그마저도 주세와 같이 약성을 크게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보중익기탕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주세는 알코올을 용매로 시호를 씻어내 약성을 전반적으로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알코올은 극성, 무극성 물질을 모두 녹이기 때문에 물에만 씻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구성물질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탕전을 준비하면서 한 5분 정도 알코올 용매에 담가놨다가 빼내서 씻는다. 20도 이상의 알코올 용매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
보중익기탕의 주치는 기허발열(氣虛發熱)이라고 한다. 무기력한 여러 증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열상을 띄는 경우가 적응증이다. 기허가 주치인 만큼 질환의 종류와 관계없이 만성화되어서 체력 등이 파탄 상태에 있을 때도 응용한다.
시호가 있으니 흉협고만이 어느 정도 잡히고 백출의 중완압통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체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데 안정시 맥박이 분당 80회 이상이라면 쓸 수 있다.
황기는 보통 자한(自汗) 증상을 이야기하나 피로감, 무기력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오래동안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데 미약한 열상이 지속된다면 증상보다 우선해서 처방할 수도 있다.
보중익기탕의 가감은 워낙 다양하지만 쓸만한 것은 적다.
동의보감에도 계절별 가감이 있지만, 가감약이 별도의 처방으로 보일만큼 양과 종류가 많다.
무난하게 가감 또는 합방할 수 있는 것은 생맥산이다. 생맥산도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고, 비허와 위음허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조합이다.
육군자탕과 보중익기탕을 합방하기도 한다. 보중익기탕가반하복령이기도 하고, 담음을 낀 비위 증상을 좀 더 보강하는 의미가 있다. 사마귀에는 보중익기탕에 의이인을 가미해서 쓰기도 한다.
보중익기탕은 잘 짜여진 처방이다. 이런 처방은 의사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다. 처방의 가감 등을 통해 활용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중익기탕을 극복하겠다고 나온 처방들의 효능이 못 따라가는 것을 보면 원방의 완성도를 되새기게 된다.
금원사대가는 이론적인 발전에는 큰 공헌을 했지만 정작 지금까지 임상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처방을 만들었냐는 질문에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주단계가 화제국방의 처방이 조열하다고 그렇게 비판을 하였지만 지금도 제제나 많이 쓰는 처방들은 국방에 실린 것들이 많다.
그나마 이동원이 이론과 임상을 부합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탕약이 아니더라도 보험약이나 제제 등으로 활용하기 좋은 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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