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 (甘微苦, 微寒)
맥문동은 위음허(胃陰虛)의 1차 선택 약재이다.
이전에는 맥문동을 폐음허 약으로 봤으나 귀경 등을 고려하면 위음허로 보는 온병학의 설명을 따른다.
위음허를 치료하다 보면 폐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토생금(土生金)이고, 요즘 개념으로 하면 위장관 질환과 병발한 폐질환을 치료한다고 보면 된다.
위음허의 이론적 근거는 내경의 '脾는 喜燥惡濕하고 胃는 喜濕惡燥'이다. 비장은 습을 싫어하고 마른 것을 좋아하며 위장은 반대로 마른 것을 싫어하고 습한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비장의 약은 백출, 인삼과 같이 조성을 띤다. 위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약물이 없었는 데 온병학설에서 맥문동, 석곡, 위유 등을 여기에 배속시켰다.
위음허는 요즘 빈번하게 보이는 증상이다.
음허의 상을 띄면서 기불욕식(飢不欲食)이라고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끼니때가 되어도 딱히 밥 생각이 없는 것을 말한다.
비위가 건강하면 시간에 맞춰 배고픔이 느껴진다. 요즘은 식사시간이 일정한 사람이 드물다고 할 정도로 야식이나 간식 등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방해받는다. 음허니까 음료수를 많이 섭취하고 번열이 있거나 맥박이 빠른 경우가 많다.
위음허는 쓰고 차가운 약재를 많이 복용하거나 수면 부족, 스트레스로 인한 진액고갈로 발생한다.
요즘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고 잠은 적게 자면서 고민이 많은 것을 보면 딱 맞는 약재라고 할 수 있다.
담배도 대표적인 쓰고 차가운 성질을 가진 물건이라 담배를 많이 피우면서 속이 안 좋은 경우 맥문동을 고려할 수 있다.
다이어트 등으로 강제로 기불욕식 상태를 만드는 것도 위음허가 많아지는 원인이다.
맥문동은 중국에서 인정하는 소엽맥문동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맥문동을 같이 인정한다.
소엽맥문동은 맥문동에 비해 질이 적고 말라 있는 편이다. 거심이 안 되어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맥문동은 주로 청양이나 밀양산이고 밀양산이 음허약에 맞게 좀 더 통통한 편이다.
거심이 안 되는 경우 심번증이 나타나는 데, 문헌마다 기술이 다르다.
다만 국산은 거심을 하는 편이 맞고, 소엽은 거심을 할 것도 없을 만큼 질이 작아서 품종에 따라 선택할 문제로 본다.
필자는 맥문동은 음허에 사용하고 소엽맥문동은 감한지제의 특성으로 보고 청열을 위주로 할 때 처방한다. 또는 대량으로 생맥산 등을 구비할 때에는 소엽맥문동을 처방한다.
백출(苦甘, 溫)
백출의 효능은 조습건비(燥濕健脾)로 요약할 수 있다.
비장은 마른 것을 좋아하고 습한 것을 싫어하는 데 근거하여 가장 먼저 비병에 사용할 약재이다.
복령과는 달리 습을 직접 제거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음허의 상태를 봐서 처방한다. 소화가 잘 안된다고 호소하고 중완압통이 있다면 먼저 떠올리는 것이 좋다.
백출만큼 기원에 대한 논란이 다양한 약재도 없다.
상한론에서는 출(朮)이라고만 되어 있고 이후 백출과 창출이 나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삽주를 백출로 상당기간 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출은 삽주가 아니라 소위 '기원백출', '퇴백출'이라 부르는 백출(Atractylodes macrocephala Koidzumi)이다. 특유의 비린내가 있긴 하지만 심하지 않고 단면이 크고 하얀 것이다.
창출은 모창출 또는 북창출이 기원이다. 삽주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기원식물들이 우리나라에서 자생하지 않다 보니 대용품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기원에 맞춰 처방해야 한다.
보중익기탕, 십전대보탕과 같이 건비를 위주로 하고 보익처방에는 백출을, 평위산과 같이 조습을 위주로 하는 경우에는 창출을 쓴다. 창출은 해표(解表) 작용도 약간 있기 때문에 처방의 목적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한다.
백출은 포제의 경우 그냥 볶거나 쌀뜨물에 담갔다가 건조한 것을 사용한다.
백출이 비장약이긴 하나 방향성이 있어서 이를 줄이는 목적으로 포제를 한다. 특히 쌀뜨물에 담그면 보비효능이 강해지고 처방에 넣었을 때 약 맛이나 작용이 완만해진다. 허증의 상태가 심할 때 고려할만하다.
복령(甘淡, 平)
복령의 효능은 익위삼습(益胃渗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복령은 기원이 단순하다. 버섯의 균사이며 탕약으로 추출해도 수율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고유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온병에서는 그 중요성이 커진다.
복령은 온병 이전에는 이수(利水)의 효능이 위주였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약이고 담음(痰飮)에 쓴다는 정도가 주된 효능이었다.
온병으로 오면서 복령은 위를 치료하는 중요한 약이 되었다. 복령은 약성이 달고 담담하며 평성인데, 감담익위(甘淡益胃)라 하여 임증지남의안에서도 여러 번 강조된다.
인삼이 비장을 보하듯 복령 자체가 위를 보한다는 의미이다. 맥문동과 더불어 온병에서 스타가 된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복령은 단순한 이수제가 아니라 삼습이라는 고유한 효능이 있다. 습을 원래의 위치로 스며들게 한다는 의미이다.
담음의 치료에 있어서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유형의 담음이 되기 이전 시작이 습이고, 그 습을 원래대로 돌리는 약이 복령이기 때문이다.
복령이 들어간 대표적인 처방이 영계출감탕이다. 섭천사는 영계출감탕을 담음을 치료하는 첫 번째 처방으로 삼았다. 반하는 담음이 유형으로 나타날 때 쓰는 데, 담음이 유형으로 있다는 것은 습이 제대로 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반하와 복령을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복령은 또한 보음제를 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보음제의 니체(膩滯)를 방지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보음제는 페인트와 같아서 무척 뻑뻑하다. 페인트를 신너로 고르게 희석시키지 않고 쓰면 뭉쳐서 제대로 발리지 않는 것처럼 복령은 삼습의 효능으로 보음제를 부담 없이 흡수하도록 한다.
담음이 있을 때 보음제를 쓰면 담음을 조장한다. 그러나 음허가 있으면 담음이 같이 있다. 원래 같은 음액이었다가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보음제를 쓰면서 담음약을 같이 써야 할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복령을 대량으로 처방한다. 기존에도 이진탕과 사물탕을 합방해서 쓰는 용례가 있다. 복령은 1첩당 1돈에서 3돈까지도 처방한다.
역대 명의라고 불리는 의가들이 유독 많이 쓰는 약재들이 있다. 장중경은 계지, 장경악은 숙지황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장계지, 장숙지라는 별명이 있을까.
섭천사는 복령을 대량으로 빈번하게 사용한다. 임증지남의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약재가 복령이다. 섭복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특히 육미를 처방할 때 숙지황과 동량 또는 숙지황의 2배로 복령을 처방하는 것을 보면 복령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음허가 심하고 소화기의 문제가 크게 없다면 복령을 넣지 않고 보음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육미의 운용방법이다. 소화력이 좋지 않은 현대인에게는 복령의 양을 늘리는 것을 루틴으로 고려해보자. 보음제를 운용하기가 훨씬 편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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