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증지남의안을 보면 기존 한의약 체계를 충실히 따라오면서도 독창적인 면들이 있다. 간풍내동이 대표적이면서 독창적인 이론체계지만 통증에 관해서 낙맥과 기경8맥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부분이 있다.
병이 오래되면 낙맥으로 들어간다는 주장(久病入絡)과 낙맥이 허하면 아프다(絡虛則痛)는 서술이 자주 나오는 데, 한의원의 주 내원층이 통증환자이고, 주로 침구와 추나 치료를 중심인 것을 감안하면 약물로 통증을 치료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낙맥은 경맥의 분지로서 낙맥에서 점점 작아지면서 손락, 부락 등 하부 체계로 간다. 경맥은 명확한 위치를 흐르는 데 비해 낙맥은 우리 몸 전체를 얽어매고 있어서 되려 그 존재감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섭천사는 낙맥과 기경을 기존 변증체계에서 분리해 별도로 언급하였는 데, 치료법은 통락(通絡)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다양한 형태로 통락법이 나오지만 정리하면 1) 덩굴 형태 또는 기원 약물 2) 지룡, 오공, 전갈 등 동물성 약재 3) 맵고 따뜻하고 향이 나고 건조한 약재(辛溫香燥)로 나눠볼 수 있다.
별도로 낙맥과 기경이론을 정리한 배경에는 온병의 특성에서 신온해표(辛溫解表)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데, 해표는 통증 제어를 포함하기 때문에 해표법을 피하면서 통증을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이론체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락 약재들은 워낙 다양해서 일괄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조구등, 해풍등, 위령선 등 가지나 덩굴 같이 잘 휘감는 기운을 가진 약재들이나 황기와 같이 약재 자체가 길고 뻗은 형태를 지닌 약재들이 락맥과 같이 우리 몸을 감싼 다는 개념을 쓴 것이 있다. 지룡, 전갈 등 동물성 약재의 효능을 활용한 것 또한 보인다.
신온향조(辛溫香燥)한 약재는 자주 쓰진 않지만 통증을 제어할 때 부득불 쓴 흔적들이 보이고 그러다 보니 전통적으로 1-2돈씩 쓰던 것을 3~7푼 단위로 매우 소량을 사용한다.
기경병에 대해서는 각 기경마다 적용약물이 중국에서는 연구가 많이 되었다. 다만 명확하게 어떤 약물이 어디에 들어간다기보다는 경향성만 제시한 것이 대부분이다.
독맥에 녹각, 녹각상, 녹각교 등 녹각과 그 부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언급이 잘 되어 있으며, 충맥과 임맥에 숙지황, 자석영 등 혈분, 자궁으로 가는 약물에 대한 언급들이 있다.
임증지남의안에서도 평론을 한 부분에서는 현재처럼 침구, 도인 등을 같이 활용해서 통증치료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다.
그러나 오래된 통증은 여러 치료법을 동원해도 잘 낫지 않으며 특히 약물을 배제한 상태에서 치료를 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적어도 척추 질환에서 기경병 개념을 도입해 녹각을 응용하거나 여러 통증 질환에 덩굴 기원의 표증약을 도입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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