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 (甘辛, 溫)
당귀는 주효능은 보혈활혈(補血活血)이다.
혈의 양을 늘리면서 혈행을 원활하게 한다. 혈분약들은 상당 부분 활혈에 치우쳐져 있고 보혈약재는 생각보다 드물다.
숙지황 등 보혈을 하는 약도 실상 보음을 통해 보혈을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당귀가 사실상 온전한 보혈을 하면서 활혈 효능을 겸한다고 볼 수 있다. 혈병(血病)에 당귀가 많이 쓰이는 이유다.
당귀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기원약재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참당귀, 중국은 중국당귀, 일본은 일당귀인데, 약전상으로는 우리나라가 일당귀까지 인정을 한다.
참당귀는 활혈약에 가깝고 중국당귀는 質이 重하고 정유성분이 많아 보혈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당귀는 그 중간이다.
중국당귀가 기존 처방에서 쓰이던 것이나 국내 한약 재배 농가 보호의 측면에서 참당귀나 일당귀를 쓰는 것 같다. 기원백출처럼 중국당귀를 기원당귀로 약전에서 인정하고 우리나라에서 재배할 필요가 있다.
공진단에 들어가는 당귀는 중국당귀다. 녹용의 보양, 산수유의 보음, 당귀의 보혈, 사향의 개규와 거어 작용을 쓰는 것인데, 참당귀를 쓰면 활혈거어 효과가 사향과 겹친다. 일당귀를 쓰는 것이 타협점이다.
당귀미는 어혈을 제거하는 효과가 좀 더 좋고, 가는 뿌리나 덩굴이 낙맥(絡脈)에 들어간다는 이론에 근거해 통증약으로도 많이 쓴다.
당귀미가 들어간 대표적인 처방이 당귀수산으로, 가볍게 든 멍에서 부터 심한 타박상으로 인한 혈종까지 상당히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 탕약으로도 좋지만 제제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
10대의 여환자였는 데, 외국에서 공부하다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면서 귀국했다고 한다. 우측 다리 전체가 심하게 멍이 든 채로 내원한 적이 있다. 골절은 없었으며 깁스를 하고 왔는 데 다리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침놓을 곳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멍이 넓게 퍼졌으며 이에 가볍게 3-4개 정도 자침을 하고 당귀수산 제제를 5일분 처방했다.
3일 후 내원했는 데 멍이 전반적으로 색이 옅어졌으며 운동제한도 개선되었다. 5일 정도 복용하고 더 이상 내원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어혈은 없앤만큼 보충을 해줘야 한다. 숙지황과 당귀가 들어있는 사물탕이 어혈약의 시작이라고 하는 이유다. 어혈을 처리할 때 열증이 뚜렷하지 않다면 당귀를 배오하고, 열증이 나타나면 목단피와 숙지황을 사용한다. 당귀만 배오해도 보혈작용은 잘 나타난다.
치료방법을 분류하다보면 어떤 치료법에는 수십 가지의 약재가 들어간다. 보양약이 대표적이다. 어떤 분류에는 한두 가지의 치료법만이 들어가기도 한다. 보혈약의 당귀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만큼 쓰임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약 (苦酸, 微寒)
작약의 효능은 염음유간(斂陰柔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작약을 보혈약으로 넣기도 하나 혈분과 음분을 아우르는 느낌이 있다. 보혈은 당귀보다 약하면서 활혈이 뚜렷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상당히 많은 처방에서 활용된다.
작약을 표현할 때 독특하게 나타나는 유간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이 귀경인 약은 대부분 평간, 보간, 사간 등 간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보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유간이라는 다른 장기에는 나타나지 않는 표현이 있다.
이는 근육의 경결, 당김, 뭉침을 해소하는 효능을 간주근(肝主筋) 이론에 따라 설명하다 보니 나온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근육의 경결과 통증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약재가 되었다.
복진에서는 복직구련(腹直拘攣)이라고 해서 복근이 판상형으로 단단한 경우에 고려할 수 있다. 체격보다는 근육 자체의 경결을 보는 게 좋다.
쥐가 잘 난다, 근육이 잘 뭉친다 등의 증상을 호소할 때도 작약을 쓸 수 있다. 작약은 백작약과 적작약으로 기존 의서에 표현되어 있는 데, 중국약전에서는 별도의 기원 약재를 수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백작약을 단일 기원으로 하고 있다.
작약은 포제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약재이다.
작약을 그냥 볶거나(炒) 술(酒炙)이나 식초(醋炙)에 볶기도 한다. 작약은 성질이 약간 차가워서 소화기가 약한 경우 설사 등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
열증이라면 작약을 그대로 쓰고 소화기에 부담이 될 것 같으면 포제를 한다. 통증을 호소하는 데 다른 약을 더 넣기가 애매할 때가 있다. 이 때 작약을 술에 볶은 작약주자를 쓴다. 부인과 질환에서 효과를 좀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식초에 볶은 작약초자를 사용한다.
모든 약재를 포제를 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다른 약재에 비해 포제법이 다양하게 발달한 약재들도 있다.
약재에 열을 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보료를 같이 쓰는 것도 의미가 있는 데, 술의 경우 포함된 알코올이 극성과 비극성 물질을 모두 용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식초도 마찬가지로 용매로 본다면 물로 추출하는 것과는 다른 물질을 획득할 수 있다.
같은 약재라도 포제에 따라 효능이 달라지는 것은 여러번 경험하게 된다. 약재 자체의 특성도 연구가 중요하지만 포제로 인해 어떤 성분이 바뀌는지 정리만 잘 되어 있어도 처방이 훨씬 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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