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은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을 쓰고 초박빙의 차이로 정권교체라는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몇 가지 느낀 점들을 써보고자 한다.
1. 사람들의 '밥'과 '땅'을 건드리려면 자리를 걸 준비를 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번째 서울시장 임기를 할 때 무상급식 이슈가 터져 나왔고,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결국 사퇴를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무상급식 중단을 시행하면서 주민소환 논란까지 나타났다.
문재인 정권은 40-50대 무주택자들에게 새로 집 짓지 않고 다주택자의 집을 받아서 주겠다고 밀어붙이다가 정권교체를 맞이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나라이고,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는 나라이다.
남북관계, 입시정책, 산업, 에너지정책 등 국가적으로는 더 큰 아젠다의 변화로 권력의 운명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부자들은 땅부자들이다.
개인이 많이 가지고 있거나 사업한다고 사옥이나 공장으로 땅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정책적으로는 무상급식을 포함한 복지정책, 전세와 같은 사금융을 바꾸고자 하는 부동산 정책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밥'과 '땅'이 권력의 앞날을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는 땅값이 비싼 나라이다.
GDP 밀도, 즉 국내총생산 밀도라는 개념이 있다. 생소하고 낯선 개념 같지만 정의는 간단하다. 국내총생산을 국토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1
우리나라를 포함해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일본이 국가적으로 GDP 밀도가 높다.
수치로도 우리나라는 최상위권이고, 인구 2천만 이상 국가 중에서는 가장 밀도가 높다.
국토의 70%가 산지라 거주 가능지역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속칭 '넘사벽'이라 할 수 있다.
일본도 높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1000명당 주택수라는 개념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세대당 가구수로 계산을 했지만 1인 가구가 많은 시기에 적절한 통계는 아니다.
1000명당 주택수로 보면 OECD 국가 중 뒤에서 5번째로 집이 적다.
우리나라는 땅과 집이 비싼 자원인 것이다.
비싸고 거래가 많고, 정보가 공개된 시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공급과 수요의 조절 밖에 없다. 외환시장을 생각하면 된다.
금융자산 대신 토지와 주택에 돈이 몰려있는 것도 하방경직성이 큰 훌륭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금보다도 좋은 재산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지역이면서 지금 대규모 단지들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원구가 이번 대선에서 1% 차이가 났다.
정치성향 이전에 땅이, 재산이 더 중요하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2. 최고 권력자 주위에 누가 있냐가 권력의 향방을 결정한다.
박근혜의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최순실이다.
문재인 정권의 정권교체에 역할을 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부동산 정책을 입안한 사람일 것이다.
이전 참여정부 때도 부동산 정책으로 정권교체의 원인이 되었는 데 똑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도 참여정부의 속 모습을 많이 봤을 텐데도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결국 최고권력자 주위에 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최고 권력자는 혼자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일부는 정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최고 권력자가 된 후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국가의 시스템을 쓸 수 있고 수많은 인재들을 쓸 수 있다.
권력을 얻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는 미안할 수 있지만 국가 시스템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빼내야 한다.
권력자 주위에는 책임지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책임은 결국 권력자가 지게 된다.
3. 0선들의 대활약, 양원제 개헌을 포함해 국회의 시스템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시기
여야 대선후보들이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고, 덕분에 사상초유의 국회의원 0선의 정치신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정치와 정책의 가장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할 국회가 반대로 그만큼 불신과 외면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탄핵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 시스템을 혁신해야 할 때이다. 지지율 견인 목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양원제 개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어차피 2년간 거대 야당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보내느니 논의의 블랙홀이 되더라도 개헌 논의를 끌고 가서 이원집정부제와 1회 연임제를 통과시키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양원제는 국회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숫자나 임기를 현재보다 늘리는 것은 반대한다.
국회의원의 임기를 미국과 같이 하원 2년, 상원 10년으로 하고 국회의원 세비 총액제로 국회의원에 들어가는 세금을 통제하고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평생 연금을 받는 것을 개선할 수 있도록 공무원 연금 점수제를 같이 도입해야 한다.
4. 정치의 역할 한계
사회는 이미 충분히 복잡하고 수없이 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20여 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낸 것은 그때는 파격이고 논란이 되었다.
여러 혁신도시들이 공공기관을 안고 신도시가 된 것으로 보면 노무현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 안 했으면 지금 할 수 있을까? 그 시절이었으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60대 이상은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했고 40-50대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놨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야근을 밥먹듯이 해서 이뤄낸 결과물이다.
지금 기준으로 일을 좀 느리게 한다, 덜 하는 것 같다 이 정도의 강도로 일해도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 방법이 통일이든 산업구조 혁신이든 강구를 해야 할 것이다.
정치의 역할도 단순한 사회에서 파생된 정책 모형을 벗어나 단순하고 투명하면서 공정한 정책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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