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라는 것이 있다.
자연스럽게 만나서 결혼을 하기 어렵거나 결혼을 목표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소개팅 어플과의 차이라면 회사에서 남녀 회원의 학력, 인적사항 등을 서류로 받아 검증을 한다.
각 회원에게는 매칭매니저가 배정되고 매칭매니저가 가입 초기에 집중적으로 이성 회원의 프로필 필 3장씩을 첫 만남이 이루어질 때까지 집중적으로 보내준다.
그 3장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만나겠다고 해서 상대방도 응하면 만남이 성립된다. 프로필이 맘에 안 든다면 매니저와의 상담을 통해 원하는 스타일을 조율하고 다시 프로필을 받을 수도 있다.
매칭매니저가 보내주는 프로필 외에도 공개회원검색을 통해서 내가 괜찮다고 하는 회원을 만날 수도 있다. 출생 연도, 거주지, 학력, 종교, 직업군, 결혼경력, 상대자녀 수용 여부들을 검색할 수 있다.
여기에는 모든 회원이 올라와 있지는 않다. 결혼정보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10% 정도가 프로필 공개를 하고 나머지 90%는 매니저를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만남 일정이 조율되면 장소는 보통 통보를 받는다. 만나는 날 전날까지 상대방의 연락처는 공개되지 않다가 직전에 통보를 받고 만남이 이뤄진다.
경향 차이는 있지만 소개팅이 식사를 기본으로 하는 데 비해 결혼정보회사 미팅은 커피숍에서 만나는 것이 기본이다. 맘에 들면 저녁을 먹자고 하는 것 같다.
만남이 끝나면 맘에 들었는 지를 매칭매니저가 물어보고 계속 만남을 이어갈 것인지 물어본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결혼이 늦어지고 잘 하지 않는 분위기로 인해 결혼정보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 2년은 더 심했을 것이다.
반대급부로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룰 수 있는 여건도 안 되었다.
여러 모임을 통해 소개를 받던 것이 어려워지면서 결혼정보회사는 급격하게 회원수가 증가했다. 대응하는 회원을 찾지 못해 오래전에 활동을 중단했던 사람들에게까지 다시 연락을 돌리는 판국이었다.
필자도 5년전에 활동을 중단했는 데도 다시 가입 권유 연락이 올 정도였다.
다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결혼에 대한 의지가 좀 더 있어서 가입을 했고 다시 상대 회원의 프로필을 받고 회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공개 회원 검색을 하다 보면 재혼을 목적으로 회원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혼이나 사실혼 등으로 이미 한 번의 결혼생활을 마무리했지만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해당 회원들은 사진에서부터 한번만 봐도 시선을 끌만큼 눈이 큰 미인형이 많다.
사회생활도 열심히 해서 소득 수준도 높고 적극적이다.
자기소개에 상당수 들어가는 말이 있다. 바로 '배려'이다.
신뢰, 존중, 공감이라는 말도 같이 쓰인다. 일과 미래라는 단어도 빈번한 편이다.
배려는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쓴다는 의미로 규정했다.
철학적으로는 배려(Fürsorge)가 타자에 대한 현존재의 이해적 관계방식을 의미하며 이와 대조적으로 고려는 사물에 대한 현존재의 이해적 관계 방식을 규정하는 말로 본다.
배려의 시선은 돌봄과 보살핌이고, 고려의 시선은 둘러봄이라고 한 철학자도 있다.
배려는 돌봄과 보살핌이 전제되어야 한다.
돌봄과 보살핌은 자신의 자원을 써야 하는 일이다. 시간, 돈, 노력이 수반된다.
내가 배려를 하겠다면 행동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상대방에게 배려를 요구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자원을 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배려는 거래될 수도 없다. 내가 이만큼 자원을 써서 너를 보살폈으니 너도 똑같이 해달라고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닌 것이다.
배려는 인간관계의 한 결과물이나 특성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나의 자원을 사용해 돌봄과 보살핌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되는 일이다.
신뢰, 존중, 공감도 비슷하다. 신뢰, 존중, 공감을 얻는다는 표현은 뒷맛이 좋지 않다. 관계의 특성을 목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결혼한 인생선배들은 이구동성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쭉 밟아올라가던 병원 수련과정을 결혼과 출산으로 몇 년씩 미루기도 하고 아픈 팔다리와 퀭한 눈으로 어린이날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야 하기도 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단절은 사회적 문제로 회자되고 있다.
유부남들은 먹여살릴 가족의 존재가 총각 때와는 다른 무게감으로 오고 이를 위해 그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시간만큼 일을 한다고 한다.
배려라는 단어의 무게를 새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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