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병학은 그 유명세에 비해 독자적인 처방이 많지 않다.
복맥탕도 자감초탕의 가감방이고 사삼맥문동탕이 그나마 고유한 편이지만 일반적인 처방집에는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도 그럴 것이 온병은 상한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계승하는 학문이고 상한에서 커버가 되는 부분은 새로 처방을 만들지 않았다.
온병조변의 첫 처방이 계지탕인 것이 대표적이다.
상한론 이후 여러 의가들의 처방도 존중하면서도 변화를 통해 온병에 적응시키려는 여러 노력들이 있었다.
이는 온병 고유의 처방이 많지 않은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존 처방에서 온병 개념을 넣어서 처방을 가감해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존 처방을 온병 스타일로 쓸 때는 쓰지 않거나 적게 쓸 약재, 기존보다 많이 쓸 약재로 구분해서 보면 된다.
일단 쓰지 않을 약재들이 있다.
시호, 대황, 마황, 황금, 갈근이 대표적이다.
진액을 공격하기 때문에 음허가 있을 때는 거의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적은 양을 써야 한다.
소요산이나 사심탕처럼 적응증이 명확하고 구분이 된다면 처방을 쓰면서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 외에는 쓰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적게 쓰는 약재들이 있다.
흔히 표증약이나 인체 상부로 가는 강활, 독활, 세신, 방풍, 오가피, 길경 등과 같이 맵고 따뜻하면서 귀경이 표로 가는 약재들이다.
이런 약재들은 첩당 4g 미만으로 쓴다.
온병에서는 표증약이 통증에 대응하는 락맥병에 대응하는 약으로 바뀌거나 금은화와 같은 달고 차가운 약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맵고 따뜻한 약성을 가진 약들은 통증에 대응하는 락맥병에 일부 쓰이기는 하나 약의 용량을 줄여서 사용한다.
방향성 약물들도 첩당 4g 미만으로 사용한다. 사인, 백두구, 익지인, 고량강, 박하, 초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방향성 약물은 온병의 주 적응증인 습증에 대응하는 약이지만 많이 쓰면 진액을 말리는 작용도 한다.
기존 처방에 해당 약재들이 들어 있다면 약재의 용량을 줄여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에 해당되지만 진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봐서 쓰는 양이 상대적으로 많은 약재도 있다.
방풍은 표증약이고 황련은 쓰고 차가운 약이지만 둘 다 진액을 머금고 있거나 진액을 겁박하지 않는다고 봐서 온병에서도 쓰임이 많은 편이다.
반대로 기존 처방에서보다 많이 쓰는 약들도 있다.
숙지황, 생지황, 현삼, 아교, 구기자, 맥문동, 위유, 석곡과 같은 보음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온병이 진액을 겁박하는 질병이다보니 보음의 중요성은 처방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전통적인 보음제인 숙지황은 말할 것도 없고 생지황이나 건지황 등 지황도 세세하게 나눠서 사용한다.
아교와 같이 상한론에서 개념만 제시되었던 것을 여러 복맥탕 가감방으로 다시 전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보음제는 아무리 적어도 1돈이고 2-3돈은 기본적으로 처방이 들어간다.
보음제의 부작용인 니체(膩滯)를 방지하기 위해서 복령도 거의 동량이 들어간다.
담음 처리의 시작은 복령이기도 하고, 위허증이 있다면 복령을 처방해야 한다.
달고 차갑거나 평성의 약들도 많이 쓰인다.
쓰고 차가운 약들을 대신하는 개념이다. 의이인, 석고, 과루피, 국화, 당삼, 죽여, 사삼, 활석이 예시이다.
약성이나 약의 적응증, 적응부위가 완전히 대응되지는 않지만 진액을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서 기존의 쓰고 차가운 약재를 달고 차가운 약재로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온병은 진액을 보호하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 이론이다.
임증지남의안을 보면 별도로 처방명을 붙여도 될 만큼 효과적인 약재 구성이 있는 의안이 있다.
섭천사 본인이 별도로 이름을 붙이지 않아서 따로 구성이 안 되었을 뿐이다.
사상의학은 기존 처방에 사상의학 관점으로 몇 가지만 가감해놓고는 신정방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놓았다.
온병은 훨씬 더 많은 약재를 포괄하고 처방 목적도 더욱 선명한데도 따로 이름을 붙인 처방명이 없어서 임상현장에서 바로 와닿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온병가들의 보석 같은 처방들을 발굴해 이름을 붙이고 새롭게 정리하는 것이 지금 온병을 대하는 학자와 의가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온병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맥탕, 육미지황탕, 생맥산의 임상 활용 (0) | 2022.04.04 |
---|---|
소건중탕과 쌍화탕의 임상 활용 (0) | 2022.04.02 |
귀비탕과 반하백출천마탕의 임상 활용 (0) | 2022.03.18 |
소요산과 오적산의 임상 활용 (0) | 2022.03.11 |
저령, 택사, 대복피, 초과의 처방 활용 (0) | 2022.03.02 |
한의학(특히 온병학), 사회문제, 경제경영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한의사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펼쳐놓는 공간입니다.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