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지황음자
숙지황 8g, 육종용, 구기자, 산수유, 석곡 각 4g, 부자 3g, 원지 2g, 석창포 1g
지황음자는 유하간의 선명방론(宣明論方)에 수록되어 있고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에도 기재되어 있는 처방임에도 그동안 관심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지황음자의 원방은 熟地黃 巴戟 山茱萸 肉蓯蓉 石斛 遠志 五味子 白茯苓 麥門冬 附子炮 肉桂 石菖蒲로 번잡한 감이 있다.
이를 임증지남의안에서 파극과 오미자, 복령, 맥문동, 육계를 뺀 것이다. 중복되는 약성이 대부분이다.
지황음자는 중풍으로 인해 팔다리가 마비되고 언어장애가 있는 것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고 임증지남의안에서도 중풍 의안에서 섭천사의 수제가 화수운의 평론이 있다.
지황음자에 대한 설명은 적응증보다는 화수운이 얘기한 '若陰陽並損,無陰則陽無以化,故以溫柔濡潤之通補'이 더 간명하게 설명하였다.
음양이 모두 손상되면 보음 없이 보양은 의미가 없으므로 따뜻하고 부드럽고 질윤한 약재로 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황음자의 구성 자체는 신음과 신양을 보하면서 원지와 석창포로 개규하는 의미를 가진 처방이다.
신양을 단독으로 보하는 것은 드물다.
상한론은 청룡탕, 백호탕, 현무탕(진무탕) 등 방위를 지키는 신들의 이름을 딴 처방이 있다.
그중 남방을 상징하는 주작탕은 초오 등이 군약일 거라는 추측만 있고 기록이 없어 실전되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딱히 그 원형을 찾는 노력이 드문 것도 조열한 약만으로 처방을 구성하기 난감한 것이 아닐까?
신장은 마른 것을 싫어한다는 논리에 따라 신음을 보하면서 신양을 보하는 부자를 처방하며 이는 팔미지황탕부터 시작된 오래된 처방 구성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를 좀 더 강화시킨 것이 신양을 보하지만 질이 두터워 조열하지 않은 육종용이 포함되고 구기자와 석곡의 평성 또는 약간 찬 보음제를 가미해 보음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지황음자의 적응증 자체만 보면 일반적인 한의원에서는 쓸 일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 처방이 의미가 있는 것은 신음과 신양을 동시에 보해야 하는 원칙을 확인하면서 육종용, 구기자, 석곡의 활용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온병이 태동하기 한참 전에 유하간이 처방 속에 녹여놓은 진액 보존의 의미와 금원사대가의 처방일지라도 처방의 간이성에 따라 약재를 감미하는 온병가의 모습은 원방이라면 가감을 손도 못 대고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현 세태와 비교가 된다.
섭씨평보음
구기자 숙지황 산약 여정실 오미자 인삼 각 4g
의안에 보면 평보족삼음이라고 하여 별도의 처방명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자주 처방이 된 약재 조합이 있다.
족삼음경이면 간, 비, 신이고 각 장에 대응해 2가지 약재씩 조합한 것이다.
인삼과 산약은 비장, 구기자와 여정실은 간장, 숙지황과 오미자는 신장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보는 준보라는 말과 대비되어 쓰이는 데, 일정한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
동의보감에서는 세의득효방을 인용해 부자, 육계, 건강, 초오와 같은 조열한 약을 쓰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임증지안의안에서는 추자구鄒滋九의 평론에서 황백, 지모, 숙지황, 귀판, 저골수로 구성된 대보음환이나 천문동, 숙지황, 인삼, 황백, 사인, 감초로 구성된 삼재봉수단三才封髓丹, 황백, 지모, 육계로 구성된 자신환滋腎丸을 예로 들었다.
정리하면 보양에서는 부자류 약재를 쓰는 것을, 보음에서는 신장을 귀경으로 하는 청열약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보법을 강하게 쓰는지를 보는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음허에 대해 보음약만 쓴다면 평보, 각 장부의 음허로 인해 나타나는 부수적인 증상까지 처리한다면 준보로 볼 수 있다.
섭씨평보음은 그 자체로 기본적인 처방의 뼈대로 기능한다. 중증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증이지만 만성적인 음허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쓰일 수 있다.
위중증에 대응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상대적으로 경증이지만 만성화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증후에 대응하는 것이 치미병의 시대에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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