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한 지도 1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생필품부터 외식, 여행 등 여러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상승부터 대출과 예금 이자의 변화까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중 가장 피부에 와닿는 것 중 하나는 부동산이고, 전세의 종말이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고들 한다. 일부 국가에서 비슷한 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규모에서 전세가 이렇게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목돈을 집주인한테 맡겨놓고 일정기간 거주하는 전세는 대한민국의 시작과 함께 했지만 어느새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전세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저금리로 인한 갭투자와 코로나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이 촉발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전세제도의 수명을 연장했다.

전세제도는 문제점이 많다. 개인인 임대인과 임차인이 집을 가지고 큰 돈을 대놓고 거래하는 것은 전세가 유일할 것이다. 적게는 몇천에서 많게는 십억 단 위까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전세자금이 자신이 일생에서 거래하는 가장 큰 돈일 가능성이 높다. 사금융을 국가가 용인하는 셈이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전세금을 날리는 경우도 빈번하고, 자신의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전세금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겪는 사람은 서민들이 많다. 전세제도가 없어져야 할 이유다.

전세가 오랫동안 살아 남은 이유도 있다.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재산 형성과 자기집자기 집 소유가 용이하다. 전세금은 목돈이고, 집주인이 제때 내주기만 한다면 돈이 묶여서 자산처럼 작동한다. 현금 2억이 통장에 있는 것과 전세금 2억이 묶여 있는 것은 다르다. 꾸준히 돈을 모으고 대출을 통해 자기 집을 사는 것은 전세가 유리하다. 월세는 소득의 일부분을 떼서 나가는 개념이라 전세보다 자본 축적이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월세와의 경쟁이다. 전세자금 대출금리의 상승으로 반전세/반월세가 많아지더니 전세대출금리보다 월세가 싸다는 인식하에 월세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월세 수요가 높아지고 전세는 적어지다 보니 월세도 같이 오르고 있다.

그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저금리 환경에서 전세라는 대체제와 경쟁을 했기 때문이다.  전세대출로 내는 이자가 월세보다 낮아서 월세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실수요자는 집을 사거나, 전세를 들어가거나, 월세를 선택할 수 있었는 데, 지금은 집을 사거나 월세 밖에 선택지가 없다. 현재 집값이 높고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라 잠시 집을 구하려면 월세 밖에 없는 것이다.

월세를 사는 사람들은 직장 문제로 수도권에 집을 찾는 경우가 많아 가처분소득의 감소로도 연결된다. 전세라면 걱정을 안 해도 될 문제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연봉 1억을 받고도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노숙을 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전세를 없애고 모두 월세로 바꾸자는 사람들도 이 부분에서는 입을 다문다. 표준월세제도와 같은 반시장적인 이야기가 간혹 나오지만, 시장을 무시한 제도의 결과는 최근 몇 년간 모두가 겪은 그대로다.

만약 표준월세제도를 도입하면 좋은 집이라 월세를 높이 받을 수 있는 데 표준가격으로 못 받는 곳은 집주인이 들어와 살고, 월세의 시장가격이 제도 상한선보다 낮게 책정된 곳만 매물이 넘칠 것이다. 대학 교양과정의 경제학 개론만 들어도 알만한 내용이며, 결과적으로 월세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집을 가지고 집과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만큼 일하고 벌며, 자식들은 좋은 학교에 가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소위 ‘상급지’로 이동을 하려고 하고, 그 과정이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는 것이다.

어떤 제도가 긴 생명력을 유지했을 때는 이유가 있다. 전세제도의 그 수많은 문제점에도 재산형성과 월세와의 경쟁은 수명을 길게 연장시킨 이유였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전세제도도 종말을 맞이할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 시기에 전세제도는 부족한 건설자본을 만들어 빠른 기간동안 주택을 보급하는 데 기여했고, 지금도 전세를 사는 사람이 많아서 당장 없애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월세의 증가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월세제도의 단점 또한 사회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