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마지막 연방준비제도 금리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0.5%로 올리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전의 금리인상폭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으며, 금리의 인하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스트 등 유수의 경제지에서는 지속적인 금리 상승이 경기 침체를 야기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금리를 높인다는 것은 돈의 값을 올린다는 의미입니다. 돈을 빌리는 값이 비싸니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제로 금리에 가까웠던 코로나 이전에는 뭔가 그럴듯한 것을 내놓으면 돈이 몰리는 시기였고, 물건과 서비스의 질은 나중의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5% 예금도 나오는 시기에 이보다 더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만들기는 2% 저금리 때보다는 어렵습니다.
경제지에서 지나가듯이 언급하고 있는 또 하나의 금리 관련 내용은 2% 인플레이션 달성 실패 가능성과 그로 인해 4% 수준의 중간 단계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목표로 한 정책기조 변경입니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 이전 10년간의 경제 상황을 살펴봐야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코로나 전까지 10년간 저금리는 일상이었습니다. 저금리는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서 시행되었는 데, 저성장이 일상이 된 뉴 노말(New Normal)이 코로나 전까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화두였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뉴노말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로 표현하지만, 세계의 변화는 단순히 질병의 이름만으로 표현되기에는 너무 컸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으로 인해 신냉전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부터 중국이 미국에 속칭 '대들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미국과 중국 간의 첨예한 갈등을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환자와 사망자의 증가로 인구의 증가세가 꺾였고, 파편화된 세계는 노동의 가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효과로 물건과 함께 '노동력'이 자유롭게 오고 갔음을 실감합니다. 외국인들이 일하고 있던 식당이나 공사현장에서 구인난에 시달린 지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금리도 오르고 있으니 월급을 벌어서 꾸준히 저축만 해도 자산이 상승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부동산은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출금리를 감당할 만큼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코인은 냉각기가 아니라 빙하기입니다. 주식도 코로나 이전의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재현되는 조짐이 보입니다. 미술품, NFT, 명품 등 큰 관심을 받았던 투자분야도 싸늘한 시선을 마주합니다.
다시 말해, 의식주 등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무엇을 더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 시대입니다. 돈이 될 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일상이 파괴되는 것을 용인할 사람은 없지만, 인플레이션의 허용 정도에는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4% 인플레이션과 그에 준하는 금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의 낮은 인플레이션이 가능한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큰 국제적 분쟁 없이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유롭게 노동력과 재화가 오고 갔기 때문에 낮은 금리와 낮은 인플레이션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설령 종식된다 할지라도 신냉전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다면 자유 무역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입니다. 저는 이런 예측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4% 인플레이션을 포함해 가장 비슷한 시기가 언제였을지 생각하면서 90년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90년대는 4% 금리에 물가상승률도 엇비슷했습니다. 노동시간은 지금보다 길었지만 열심히 일만 해도 집은 살 수 있었던 시대입니다. 사업은 집안 망하는 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금리가 높아 자본 투입이 부담이 되는 시기였습니다. 그 때 중국은 막 수교를 했고, 외부 자본이라고 해봤자 엔화와 달러화 정도였으니 지금과는 자금조달 난이도가 훨씬 차이가 났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있긴 했지만 많지는 않았습니다.
90년대와 완전히 똑같이 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회의식이나 제도가 촘촘해졌고, 정보의 유통량이 그때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합니다. 4% 금리가 일상화되는 것을 상정하고 그 때와 가장 비슷한 시기를 고르다 보니 90년대가 먼저 떠올라서 이 글을 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90년대를 계속 떠올리는 것은, 90년대부터 2020년까지의 30년간 한 세대가 지나고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각 사회마다 세대의 변곡점이 있습니다. 1900년 개화기부터 1930년까지 일제강점기, 1930년부터 1960년까지 전쟁세대, 1960년부터 1990년까지 경제발전,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화 시대를 거쳐왔습니다. 2020년부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여전히 밥 먹고 잠자고 희로애락을 느끼겠지만 둘러싼 환경은 달라질 것입니다. 90년대를 기억하고 살펴보는 것은 새로운 세대를 준비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경제현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세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0) | 2023.01.11 |
---|---|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와 진정한 포스트 코로나 (0) | 2022.12.30 |
채권 수익률에 대한 이해 (0) | 2022.10.06 |
2천년 전의 부자되기, 화식열전을 읽고 나서 (0) | 2022.02.07 |
조향과 화장품산업 (0) | 2022.01.02 |
한의학(특히 온병학), 사회문제, 경제경영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한의사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펼쳐놓는 공간입니다.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