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치를 전망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잘 맞지도 않지만, 맞는 말을 해도 비난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차라리 무조건적인 비관론자나 낙관론자가 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틀리면 가만히 있고 맞으면 자랑하면 되니까요.
그럼에도 부동산 전망을 해보려는 것은, 예측의 정확도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예측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제시되는 근거들의 타당성은 상대적으로 검증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24년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그 이후 상승도 급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는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금리가 예전처럼 1~2% 대의 저금리의 시대를 2-3년내, 길게는 10년 동안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 연준은 강한 노동시장과 잡히지 않는 물가를 근거로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연착륙, 경착륙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착륙을 안 한다는 노랜딩(No Landing)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인플레가 일상화되고 이에 따라 금리도 계속 5%대로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90년대를 언급했는 데, 90년대가 금리 5%였던 시절입니다.
저금리가 다시 오기 어려운 근거로 저는 필립스곡선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반비례관계라는 필립스 곡선은, 경제학에서 상당히 중요한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실에서 잘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인력의 이동이 제한이 걸리면서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는 필립스 곡선이 맞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2000년대 중후반, 중국에서 세계무역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저가의 노동력을 공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을 구하기 못한 취업준비생들이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저물가였고, 금리는 마이너스를 찍기도 했던 것이 2000년대부터 코로나 직전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고용없는 성장을 의미하는 뉴노멀이 회자되던 때였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이미 세계의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부터 줄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2020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실업률의 감소와 임금의 상승을 동반하고, 임금의 상승은 물가상승을 촉발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금리를 올리지나 않으면 다행인 것입니다.
금리의 상승은 오피스텔이나 월세와 같이 수익형 부동산의 불황에서 바로 여파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투자 목적의 부동산은 딱 금리만큼 사고 팝니다. 금리보다 받을 수 있는 돈이 적다면 수익형 부동산은 바로 처분됩니다. 가지고 있어봐야 손해기 때문입니다. 각 가계에서 주거용 또는 주거용과 수익형이 혼재된 부동산은 가격 하락 현상만 나타나고 있지만, 금리가 1% 정도만 더 오르면 근로소득으로 원리금을 충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가계평균 소득은 월 480만원 정도고, 정부가 정한 교육급여 기준은 월 270만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200만 원 정도를 쓸 수 있는 데, 여기에는 학원비, 관리비, 교통비, 의료비는 빠져 있습니다. 가계마다 평균 부채가 2억이니 예전처럼 2% 이자이면 월 40만 원인데, 6%가 되면 월 100만 원이 이자로 나갑니다.
현재 5% 금리는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마이너스가 나지 않는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의 금리만 상승해도 가지고 있는 부동산 중 필수적인 것을 빼고는 처분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부 지역은 지금보다도 더 급격한 가격하락을 경험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앞서 잠깐 언급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입니다. 2020년부터 줄어든 생산가능인구는 2030년까지 10%가 줄어듭니다. 돈을 벌어야 집을 사는 데, 집 살 사람의 10%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만큼 가격이 떨어집니다. 물론 서울 등 주요 가치가 있는 부동산은 그 하락폭이 적겠지만 수도권 신도시와 같이 대체 주거지가 많은 경우에는 생산인구감소로 인한 부동산가격 하락을 실감할 것입니다.
정리하면 금리의 상승 또는 고금리의 횡보 현상과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남은 것은 외부 환경의 변화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과 중국의 리오프닝이 완료되어 예전만큼의 경제 성장이 나타난다면 가격 하락이 멈출 것입니다. 그 과정이 적어도 1~2년 정도 걸릴 것이고 그래서 2024년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상승을 해도 코로나 이전과 같은 세계화 시대도 아니고, 중국의 인건비도 많이 올라서 노동력 공급도 원활치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의 저렴한 가스도 정치적인 이유로 수입을 못할 것입니다. 상승이 급격하기 어려운 근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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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특히 온병학), 사회문제, 경제경영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한의사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펼쳐놓는 공간입니다.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