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은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이전의 산업혁명들의 특징을 봐야 합니다. 산업혁명의 1차는 증기, 2차는 전기, 3차는 정보통신 혁명이라고 합니다. 수단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생산성의 급격한 증대를 이끌어 냈습니다. 증기기관차가 서울-인천을 마차로 오고 가는 데 12시간이 걸리던 것을 1시간 반으로 줄인 것이 대표적은 사례입니다. 정보통신 혁명을 통해 수십 명이 달라붙었던 서류 작업을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생산성의 향상 사례입니다.
인공지능은 어떻습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에 한정한다면 일정 부분 생산성을 증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직접 접 쓰고 그리던 글과 그림을 분초라는 시간 단위에서 만들어주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필자도 마음만 먹고 있던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얼추 원하는 결과를 내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뇌 활동만을 대신해줍니다. 뇌 활동 중 컴퓨터로 표현할 수 있는 일부만을 예전보다는 좀 더 사람같이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생산성은 증대되었을까요? 그림을 그려주고 글을 써주니 블로그 마케팅이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직업을 잃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보조도구로서 기존 작업자들의 작업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엑스레이나 MRI 등의 영상을 정확하게 판독하는 솔루션이 나와도 의사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더 빠른 시간에 판독을 하고 진단도 결국 의사가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완전히 대체를 해야만 혁신적인 생산성의 증대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로봇이 중요합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뇌라면 로봇은 우리의 손과 발입니다. 로봇은 이미 우리 일상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면적당 로봇 활용율은 전 세계 1위이고 자동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나쁘지 않습니다. 뷔페의 그릇 서빙은 어느새 여러 쟁반을 달고 있는 카트 형태의 로봇이 담당하고 있는 곳이 늘어났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단계를 보면 처음에는 특정 목적의 인공지능이 먼저 개발되었습니다. MRI와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해 질병진단을 보조하는 인공지능이 대표적입니다. IBM의 왓슨부터 범용 인공지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사람과 같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인공지능부터 급격한 발전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로봇 보급비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범용 로봇은 아직까지 시작 단계입니다. 그럼에도 주요 기업들은 범용 로봇의 개발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나는 범용 로봇은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요도 높고 연구도 많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일상화되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요? 좀 더 좁혀서 도로 화물 운송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로 모두 대체되었을 때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운전하기 어려운 시간대나 화물 수요가 갑자기 증가했을 때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화물운전자를 바로 대체하려면 반발에 부딪히기도 할 것이고, 아무리 실험을 여러 번 해도 실제 운행과는 다른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들이 먼저 도입될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들의 실제 운행 데이터가 축적되고, 각종 운영비용과 같은 계산이 끝나고 나면 좀 더 구체적으로 화물 운전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화물 분야의 자율주행차의 활용이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독보다는 군집운행에서만 자율주행이 우세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자율주행 화물차의 활용도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결정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환상을 품었던 온라인 재택 교육이 학습능력 저하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모여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도로 화물을 자율주행 화물차로 바꿀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화물차를 운전했던 기사들은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화물운송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자율 주행 화물차가 급증해 오히려 수리 인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고 자율 주행 기술이 드론이나 배, 비행기 등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직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일정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뀐 일상을 실감할 것입니다.
화물분야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분야도 비슷하게 바뀔 것입니다. 한의원의 한약은 어떨까요? 지금은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정해진 데로 만들어진 처방 아니면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직접 처방하고 달이는 한약이 있습니다.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처방 약재를 바꾸는 것이 좋고 이때문에 한약은 한의원에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개별 한의원에서 달이다보니 각 한의원에서 탕전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원외탕전원에 맡겨서 대규모로 탕전을 할 수도 있지만, 한의원 개별 시설을 숫자만 늘린 경우가 많아 생산성이 확 늘지는 않습니다.
이 때 인공지능 한약 처방 탕전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요? 인공지능으로 처방에 따른 약재 무게를 다 달고, 탕전 기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약재의 상태도 바로바로 확인해 문제가 있으면 정리하는 것입니다. 처방 자체도 역대 명의들의 처방을 학습해 제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그동안 많이 나왔음에도 지금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 속도가 이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을 만큼 가시적으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범용 인공지능이 나온다고 해도 결국 각 분야에 맞게 쓰려면 데이터와 학습이 필수입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봇의 생산성을 증대하는 데 필요한 기술 요소들이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되면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겠지만, 로봇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입니다. 현재의 육중하고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로봇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각만으로 머물렀던 세상의 모습이 현실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희망찬 미래를 향한 설레는 발걸음일 수 있지만, 전 세계적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절대적인 필요성 때문에라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은 미래를 위해서도 당분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입니다.
'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출산과 고령화, 적응과 인내의 문제입니다. (0) | 2024.01.25 |
---|---|
결국 증세로 귀결됩니다 (0) | 2023.12.21 |
The ability to utilize generative AI depends on an understanding of the humanities. (0) | 2023.09.13 |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능력은 인문학의 이해에 달려있습니다. (0) | 2023.09.04 |
전자책 e-Ink 리더기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0) | 2023.07.20 |
한의학(특히 온병학), 사회문제, 경제경영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한의사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펼쳐놓는 공간입니다.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