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제 전공이 아니지만 관심이 있습니다.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정도지만 나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 본능입니다. 괜히 의식주(衣食住)가 아니죠.
건축학에서는 컨셉, 개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구현이 되지 않더라도 개념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하니, 제가 생각했던 있었으면 하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도입
우리 몸은 70%가 물입니다. 물이 없으면 3일도 생존이 어렵습니다. 탈수현상은 생명을 위협합니다. 탈수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수분유지는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체 주요 기관의 수분함유량이 줄어듭니다. 피부, 추간판, 내부장기 등의 수분 부족 현상은 노화의 발현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온병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외부적인, 내부적인 열로 인해 인체의 수분 손실을 초래하는 일련의 질환군입니다. 우리 몸의 수분은 단순한 물이 아닙니다. 음식과 물이 소화기를 통해 에너지를 써서 몸의 각 부분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같은 물이라도 밖에 있을 때와 우리 몸속에 있을 때 그 가치는 적어도 인간에게는 천지차이입니다. 당장 피와 호르몬이 물입니다.
물을 잘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입니다. 커피나 탄산음료 같은 탈수를 유발하는 음료를 섭취하면서 수분 보충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수되고 적량의 미네랄이 포함된 물만이 수분섭취를 가능하게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물통을 끼고 계속 마시는 것입니다. 물만 잘 마셔도 스트레스 지수가 확 떨어집니다.
하고 싶은 것
그런데 늘 물통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요? 집이 좁아도 물 마시러 가는 게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집안 곳곳에서 물을 먹을 수 있으면 어떨까요? 집이 커지거나 사무실 빌딩에서는 더 좋습니다. 어디서든 깨끗한 물을 섭취하도록 일정 간격으로 작은 토출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벽 사이사이를 맑은 물이 지나가고, 빨대만 꽂아도 바로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물에는 각종 산소와 미네랄이 건물 중앙시스템에서 용도에 맞게 조절되어 물을 보냅니다.
벽에 물이 흐르면 단열 효과도 좋습니다. 이중벽을 한쪽에는 뜨거운 물, 다른 쪽에는 시원한 물이 나오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더운 물을 밖에서, 안에는 차가운 물을, 겨울에는 반대로 순환시킵니다. 외부 기온을 활용해 물의 온도를 자연적으로 조절합니다.
샤워실에서는 굳이 샤워기를 들 필요가 없습니다. 몸 전체를 입체적으로 씻을 수 있도록 물이 벽에서 토출됩니다. 실내 정원을 만들기에도 좋습니다. 벽에서 미세하게 물이 나오도록 한다면 물을 주지 않아도 많은 식물들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광합성을 통해 실내 공기는 더욱 쾌적해집니다.
한계점
막상 이렇게 쓰고 보니 몇가지 걱정되는 것도 있습니다. 우선 전기입니다. 전기와 물은 상극이니 서로 완전히 분리시킬 수 있는 기술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무선 전기 제품이 필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물의 무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배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건물 하중이 커질 것입니다.
어느 한 곳의 배관이 터지면 홍수가 날 수도 있습니다. 배관 손상을 탐지하고 자가치유가 가능한 소재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
물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입이 건조한 느낌이 들면 탈수의 신호라고 합니다. 언제나 물을 옆에 두고 마시는 것이 지금의 대책이라면, 건물 전체가 어디서나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은 미래의 모습입니다. 컨셉이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을 해결해 주는 건물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대증원 다음은 온라인 약국입니다 (0) | 2024.05.22 |
---|---|
의대증원 이후, 무엇이 바뀔까요? (0) | 2024.05.17 |
국민건강보험의 종말 (3) - 공공영역의 축소 (0) | 2024.05.03 |
다시 돈 내고 보는 신문의 시대 (1) | 2024.05.02 |
국민건강보험의 종말 (2) - 퇴직연금이 뇌관 (0) | 2024.05.01 |
한의학(특히 온병학), 사회문제, 경제경영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한의사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펼쳐놓는 공간입니다.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