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국의 한한령 이후 화장품산업이 위축되었고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다시 화장품 사용이 늘어날 것은 자명해 보이나 경쟁력은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때 세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이 순위를 올릴만한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문화와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지화가 필수적이고 한번 쓰기 시작하면 꾸준하게 매출이 나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확장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었고, 중국시장에 적극적인 진출을 하고 나서야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중국시장은 닫혔고, 중국 내에서도 자국 제품 선호도가 많이 높아졌다. 예전처럼 질 좋은 제품이라는 컨셉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들을 보면 큰 규모를 받쳐주는 요소들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큰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거나 화장품 뿐만 아니라 치약이나 샴푸 등 생활용품 시장도 가져가는 전략이다.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해당 시장에서 독점력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규모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경영적인 전략 뿐만 아니라 제품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가장 큰 것은 바로 고유한 향이다.
프록터앤갬블의 도브는 고유한 향으로 누구에게나 유명하다.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도 향수뿐만 아니라 제품의 고유한 향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제품들은 향이 두드러진 편은아니다. 은은한 향을 선호하는 문화와, 체취가 강하지 않은 한국인의 특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향 성분에 대한 거부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유햔 향을 가져가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화장품이 개인의 특성, 특히 감각을 고객으로 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에 좋은 성분을 넣는 것이 중요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화장품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편이라 전성분 표기를 의무로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화장품의 성분적인 품질을 담보할 수 있었다.
향은 이와는 다른 경로를 따라간다. 감각은 계량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향은 알려져 있지만 조금만 유사해도 해당 상품을 연상하게 된다.
반대로 향이 좋으면서 고유한 특성을 소비자가 감지할 수 있고, 화장품의 보습이나 자외선 차단 등 기능적인 면이 크게 차이가 없는 제품을 소비자는 선택을 한다. 감각을 만족시켰기 때문에 재구매율도 높다.
향은 매우 주관적이다. 피부 보습력은 병원에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하면 되지만 향은 그렇지 않다. 향은 당연히 좋아야 하고 고유해야 하며 알레르기 등 이상반응을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기존의 실험실 체계에서는 진행하기 어렵다. 조향이라는 직업이 있는 이유다. 이 조향은 주관적이고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 대신 좋은 향 하나는 10년을 간다. 향수가 브랜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향사의 이름을 보고 사는 사람도 있는 이유이다.
독일의 의료기기 공장의 시설과 공정 등 모든 것을 다 베낄 수 있지만 30년씩 일한 직원들의 노하우는 못 베끼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화장품에서는 조향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본과 기술은 당연하고 사람의 감각을 인내심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우리나라 화장품의 경쟁력이 시장의 특성에 좌우되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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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특히 온병학), 사회문제, 경제경영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한의사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펼쳐놓는 공간입니다.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