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한약 처방이라면 공진단과 경옥고를 들 수 있다.
비싸고 귀한 약으로도 유명하고, 보약의 대명사로도 녹용을 제치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서는 공진단은 간허약, 경옥고는 양생의 약으로 기재되어 있고, 전신성활동불능증(만성피로증후군)의 주된 처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의원에서는 적응증이 있어야 처방을 하는 것이고, 만성피로로만 적응증을 설명하기에는 두 처방의 범위는 훨씬 넓다.
경옥고는 생지황, 복령, 인삼, 꿀로 구성되어 있고, 약재 구성보다도 중탕으로 긴 시간을 투여해 만드는 것이 더 유명하다.
지금은 원외탕전에서 제공하는 경옥고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복용법도 예전에는 나무숟가락으로 단지에 있는 경옥고를 떠먹었으나 지금은 환제, 스틱형으로 다양하게 나오고 있어 많이 편리해진 편이다.
경옥고는 원래 만성 기침을 위주로 하는 쇠약성 질환에 사용하였고, 동의보감에서 양생약으로 편성하면서 유명해졌다.
청나라 궁중 의안에서도 경옥고는 신라삼, 즉 우리나라 인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약이었고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임금들이 상시 복용하는 약이기도 하면서 그만큼 처방에 대해 논의한 내용도 많은 편이다.
경옥고는 구성약재 자체는 한열을 크게 가리는 편은 아니다. 생지황은 차고 인삼과 꿀은 온성, 복령은 평성이다. 약간 따뜻한 약성을 가지고 있다.
경옥고는 보음과 보기를 같이 하는 약이다. 보양약의 범주로 넣기는 어렵다. 한열보다는 맥이 가늘고 무기력,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을 적응증으로 보면 된다.
하루 1회 아침에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면 2회까지 증량한다.
공진단은 사향, 녹용, 산수유, 당귀, 꿀, 금박으로 구성된 약이다.
동의보감의 원방은 오자대에 금박이 없고 찹쌀로 반죽한 것인데, 어느 순간 탄자대에 금박을 씌우고 꿀로 반죽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향이 워낙 고가라 녹용은 대부분 러시아산 분골을 쓰고 있는 데, 동의보감의 녹용이 사슴의 머리에서 바로 난 뿔이라고 기재된 것을 보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사향은 개규약이면서 어혈을 제거한다. 녹용의 약성을 곳곳에 끌고 다니는 역할을 하며 공진단의 특성을 규정하는 약이다.
침향으로 대신하기도 하나 온중과 약간의 개규 효능만 있어서 차이는 있다.
공진단은 간의 허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되어 있다. 오랫동안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혈허, 무기력, 피로 증상을 보고 처방해도 되고 수술 전후의 회복을 목표로 처방해도 무방하다.
공진단의 금박은 위로 뜬 허열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나 주 적응증은 아니다. 이는 우황이 들어간 처방을 써야 하며 편자황과 같은 처방이 적합하다.
공진단은 첫 3일은 매일 1환씩1 환씩 복용하고 나머지는 보관하였다가 피로증상이 심할 때 1일 1 환씩 복용하도록 한다. 첫 1개월은 냉장보관, 그 이후는 냉동보관을 한다. 아니면 진공포장을 해서 보관기간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처음 공진단을 복용할 경우 졸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데, 자율신경 안정으로 인한 이완 증상으로 보인다.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한다.
공진단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 고가의 약 중 하나다. 불과 20년전만 해도 사향을 구할 수 없어서 공진단을 없던 처방으로 여기던 적이 있다.
아쉬운 점은 공진단 이후에 한의원을 대표하는 고가 처방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아교, 동충하초, 철피석곡 등 여러 고가 약재들이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녹용은 최근에 중국 내에서 관심을 받으면서 국제 녹용 가격을 올리는 데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는 경옥고가 보약의 대표역할을 하다가 대중화되고 지금은 일반의약품 경옥고와 한의원 경옥고가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 있다.
공진단은 아직까지 한의원 대표 보약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경옥고와 같은 흐름을 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공진단의 다음을 이을 약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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