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코로나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몇 가지는 비슷하게 맞았지만 어떤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예측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꼭 맞을 수는 없습니다. 역사에 대한 가정은 무의미한 이유이겠지요.
Financial times, Foreign affaris등 외신에서는 세계화의 종말에 대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세계화라고 한다면 코로나-19로 막힌 사람의 이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종결된 값싼 에너지의 시대를 보면 세계화의 종말이 언급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저의 이전 글에서 코로나 이전의 세계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광장이었다면 코로나 이후는 문이 열린 방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냉전시대보다야 훨씬 물자의 이동량은 크겠지만 코로나 직전을 기억하면 상당 부분 위축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세계화 시대가 끝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중국산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거나 거의 보기 힘들었던 1990년대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중 수교가 1992년이었고, 중국으로의 기업 진출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였습니다. 2005년만 해도 베이징 지하철에는 전자개표기가 없고 사람이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대부분의 물건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썼고, 좀 좋은 물건들은 일본산이었습니다.
지금 중국산 물건의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봉쇄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천원샵의 물건값이 올라가는 것은 피부로 느끼는 변화일 것입니다.
물건값이 계속 천정부지로 올라갈까요? 코로나는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추이를 7년 가까이 앞당겼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입는 양 자체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을 만난다고 준비해야 했던 여러 가지 것들도 필요성이 줄어듭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올라간 가격들이 내려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많이 올라간 재화와 용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국산 물건은 비싸서 큰맘 먹고 사서 오랫동안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제로 미니멀리즘 생활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중국산 물건은 저렴하거나 소모성인 경우 쓰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택지가 없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화를 통해 전 세계에서 공급받던 자재들은 옛날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건을 하나 만드는 데 생산 단가가 올랐기 때문에 정말 필요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은 국내에서 만들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생산 자체가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요가 없어도, 제값을 못 받더라도 생산 단가와 인건비가 높지 않아 만들었던 물건들이 없어질 것입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서 소위 '기술주'라 불리는 회사들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것도 동일한 논리라고 봅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에 대한 관심이 떨어집니다. 의식주와 위생, 건강, 안전과 같이 기본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입니다. 일상생활이 단순해질 것입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내면의 만족도를 높이려고 할 것입니다. 저녁 10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수면시장은 계속 커지는 것들이 하나의 예입니다. 코로나 봉쇄가 완화되었는 데도 호텔로 휴가를 가는 수요가 계속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이전에 '피로사회', '미니멀리즘', '안티 투어리즘'이 유행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피로사회의 피로는 인간관계로 인한 것이었고, 미니멀리즘은 인플레이션으로 강제당하고 있습니다. 안티 투어리즘(Anti-tourism)을 외치던 유명 여행지들은 지금 행복한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 때문에 각국이 원전과 화력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해 환경론자들은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신문은 부동산과 재난, 물가 등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동안 사람을 모이지 못하게 했었습니다. 지금은 모이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알게 되어서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람이 예전처럼 모이지 않는다는 이 단순한 사실에서 많은 변화가 설명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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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특히 온병학), 사회문제, 경제경영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한의사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펼쳐놓는 공간입니다.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