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인구가 늘어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장례식에 갈 일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혼은 줄어들고 장례가 늘어나다 보니 결혼식장이었던 곳이 장례식장으로 바뀌는 것도 드물지 않으며, 장례지도사의 활약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혼식처럼 장례식도 본인 또는 가족이 주관해서 자주 치르는 행사는 아닙니다. 결혼식은 평생 한번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장례식도 부모님에 한정해서 부고를 내고 상주가 되어 치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장례식의 경우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또는 가족을 보내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다 보니 비용이 들더라도 돈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막상 장례식장과 상조회사에 견적을 받아보면 소위 '남들 보기에 번듯한'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처음 놀라는 것은 장례식 비용이 최소 1천만원부터 시작한다는 것과, 장례식에서 필요한 항목들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입니다. 그나마 가격이 예측되는 식대나 대관료, 인건비 등은 수긍이 가지만 가격이 일정하지 않고, 가격에 따른 품질차이를 알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수의, 목관, 유골함입니다. 저는 줄여서 수관함이라 부릅니다.
결혼식의 스드메, 즉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처럼 가격의 차이는 끝도 없이 나면서 체감하는 차이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장례식의 수관함입니다. 결혼식의 스드메가 전체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이듯, 장례식에는 수관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의는 가장 좋은 것이 안동에서 자란 삼베로 짠 것이라고 하며, 7백만원은 쉽게 넘는다고 합니다. 삼베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안동 삼베 씨앗을 중국에서 키워온 대용포도 있다고 하는 등 종류가 워낙 다양합니다. 목관은 크기와 재질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습니다. 몇십만 원에서 몇백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목관 안을 장식하는 방법도 생화를 넣을 수 있고, 종이를 넣기도 합니다. 당연히 다 가격에 반영됩니다. 대부분 화장을 하기 때문에 다 타서 없어질 것인데도 불구하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잘 모시기 위해 비용을 더 쓸지 고민합니다.
유골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골함을 일반 도자기로 하느냐, 진공밀폐를 하는 방식이냐에 따라 가격대가 나뉩니다. 진공이 가능하면 대략 7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최근에 도입된 것 유골함 중에는 합골함이라 하여 한 사람 들어갈 봉안당 크기에 부부 두 분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반칸짜리 유골함을 두 개를 같이 넣는 방식이 있습니다. 90만 원 이상은 하는 것 같습니다.
유골함을 직접 보는 시간은 화장장에서 봉안당까지 이동하는 시간 정도고, 한번 모시고 나면 큰 돈을 들인 유골함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수의, 목관, 유골함과 같이 결국 태우거나 잠깐 보게 되는 것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고인을 정성껏 모시려는 후손들의 마음 때문입니다. 더불어, 가격차이와 실제 성능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봅니다.
이러다 보니 장례식에서 상조 담당자와 가장 많이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수관함입니다. 식대나 인건비, 시설사용료와 같이 가격이 공개된 항목에서는 이윤을 많이 남기기 어렵다 보니 가격을 규정하기 어려운 수관함에서 가격을 많이 부르고, 그걸 감안해서 깎아달라고 하는 것이 빈번합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관혼상제(冠婚喪祭)라고 하는, 사람의 일생에서 피할 수 없는 의식이 있습니다. 의식을 거쳐서 새로운 사회적 지위를 부여 받기 때문에 통과의례(通過儀禮, rite of passage)라고도 합니다.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그만큼 허례허식도 잘 나타납니다.
의식은 특정한 일을 축하하거나 기념하기 위해서 시행합니다. 어느 나라에나 전쟁영웅을 기리는 날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우리나라에는 현충일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의식을 시행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공고히 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은 잘 얘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례식을 통해 가족과 친지, 지인들이 모여 슬픔을 나누고 고인을 추모하는 것은 살아 가는 사람들을 위한 목적입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식을 치르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리를 따르면 살려는 드릴께? (1) | 2023.04.17 |
---|---|
PA 간호사와 의대 정원 증가의 상관관계 (0) | 2023.02.13 |
결혼의 사회학 (0) | 2023.02.06 |
낡아가는 일본, 슬퍼지는 청춘의 기억 (0) | 2023.01.27 |
국민건강보험의 종말 (1) -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 (0) | 2023.01.15 |
한의학(특히 온병학), 사회문제, 경제경영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한의사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펼쳐놓는 공간입니다.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