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지도 3년이 다 되어 간다. 코로나 이전에는 의사협회에서 비대면 진료는 입밖에도 못 꺼내게 하더니 코로나 환경 속에서 환자의 필요와 병원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는지 비대면 진료를 한정적으로 허용했다가 최근 다시 비대면 진료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수백만건의 처방이 비대면 진료로 나갔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위험성이 보고된 것이 없어서인지 의사협회는 전면적인 비대면 진료 거부보다는 초진은 반드시 내원하고 그 이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태도가 바뀐 것이 보인다. 그 이유는 여전히 안전성을 들고 있지만, 이미 이뤄진 수백만건의 비대면진료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연구해 봐야 한다는 대답만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해지자. 비대면진료를 전면허용하면 일부 대형병원으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반복적으로 처방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쏠려서 개인병원의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까봐 그런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좋은 고혈압약 처방받겠다고 서울행도 불사하는 환자들이 대형병원에서 비대면진료로 처방이 나가면 더욱 쏠릴 것이라는 걱정이었는 데,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비대면 진료의 70% 가까운 숫자가 의원급에서 행해졌다. 사람들이 반드시 무조건 큰 병원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가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84358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초진은 반드시 대면으로 하자는 것도 대면진료를 먼저한 의원에서 계속 비대면 진료를 받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초진을 비대면으로 하고 재진을 대면으로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얼굴이 창백하고 숨이 가쁘며 식은땀을 흘리는 환자는 대면으로 병원을 찾아가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데, 빠르게 비대면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담당 진료의가 응급실로 이송을 요청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진과 재진을 임의적으로 대면, 비대면으로 규정하는 자체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질환에 따라 비대면의 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할 수도 있고, 어떤 질환은 대면이 아니면 해결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연구나 논의도 없이 그동안 비대면은 무조건 안 되게 해 놨다가 코로나로 부랴부랴 비대면을 허용하고, 이를 다시 돌리느냐 마느냐 하는 얘기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은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이컨설트라해서 증상에 따라 자가치료를 선택할지, 의사를 방문할지 선택을 해서 증상이 확실치 않으면 주치의의 원격진료를 받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만약 환자의 증상이 위급한 것으로 판단되면 바로 응급실로 갈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고 있다.
https://www.gaok.or.kr/gaok/bbs/B0000003/view.do?nttId=13476&menuNo=200022
영국의 사례만 봐도 비대면진료가 더 이상 불가능하거나 먼 이야기가 아니며, IT 강국인 우리 나라에서는 더 세밀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비대면진료의 확대도 연장선상에 있다. 시대와 공간의 변화는 사람의 힘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시대의 변화 속에 일부는 휩쓸려가고 일부는 적응해서 살아남는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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