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로 인한 사회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당장 정부부터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로 인구감소 문제를 지목하면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아이디어란 아이디어는 다 나올 테지만 이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당장 내년부터 출생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인구감소로 인한 문제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2010년 중후반부터 이미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았고, 지금 2010년 이후 출생자들의 숫자가 줄어든 채로 80년 가까이 갈 것입니다.
물론 인구가 줄어들어서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구감소 문제는 사회구조, 노동구조, 경제구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인구감소 문제를 계속 파고 들다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방치했던 노동시장의 2중 구조, 세제 개혁, 복지 문제, 연공서열 등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대한민국을 발전으로 이끌었던 제도들이나 이미 수명이 다했고, 당분간은 이 제도와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 비어있는 채로 혼란을 겪을 것입니다.
당장 인구감소의 변화가 실감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출생자까지는 연도별 인구가 고른 편이고, 그 이후에 절벽이 한번 생깁니다. 아직까지는 경제활동인구가 확 줄지는 않을 것이나 점점 은퇴인구가 증가하고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일손 부족이라는 문제를 피부로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몇 가지 문제는 벌써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안전문제입니다.
안전은 단순히 산업재해나 자연재해와 같은 큰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에서의 식품 위생, 교통 안전에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도 포함됩니다. 안전이 인구감소와 가장 먼저 맞물리는 것은 생산성 감소에 비해 안전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특성 때문입니다.
흔히 안전제일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의 어원은 미국의 철강회사인 U.S. Steel입니다. 원래 U.S Steel의 경영방침은 ‘생산제일, 품질제이, 안전제삼’이었다가 게리(E.H. Gary). 사장의 취임 후 1906년 경영방침을 안전제일, 품질제이, 생산제삼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안전을 앞세우면서 생산량과 품질이 더 좋아졌고, 이후 안전제일을 우선하게 되었습니다.
게리 사장과 같은 선구자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안전제일은 우리에게 없는 단어일 수 있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인력이 부족하거나 여러 이유로 생산하는 데만도 힘들다면 안전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법으로 규제한다고 해도 안전을 신경 쓰지 않으면 당장 생산비용이 감소하고, 이는 생산량 증가와 같은 효과가 납니다.
지금처럼 인구가 감소하면 일손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사람을 더 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잘 안 보이는 곳에서는 안전을 덜 신경 쓰거나 무시하기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최근 일부 카페에서 청소하지 않은 제빙기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카페는 대부분 오픈 주방인데도 위생을 신경쓰지 않은 것입니다. 오픈 주방이 이 정도면 조리과정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더 많은 이슈가 있을 것입니다. 매일 기름을 교체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치킨집에 사람들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진 일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치킨맛이나 가격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위생과 같은 안전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세하고 무의식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생과 같은 안전문제를 사람들이 겪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구감소가 본격화되었을 때의 미래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산시장, 산업구조, 복지제도 등 거대담론이 끊임없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당장 나한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안전은 인구감소로 인해 이미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고 주의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큰 안전사고는 300개의 작은 안전문제가 생겼는 데도 무시하고 고치지 않아서 생긴다고 합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 알만한 식당이나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대량으로 식중독이 발생하는 일을 언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는 인구증가를 감안하고 만든 제도들이었습니다. 인구감소라는 초유의 현실에 맞춰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자원을 더 투입하고 싶은 본능을 안전이라는 가치를 보장하면서 발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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