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 생각했던 상가의 대량 공실이 몇 년이 지나도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도시의 대량 공실이 아닌, 20~30년 동안 공실을 보기 힘들던 상가마저도 주인을 찾지 못한 가게들이 생겨나고, 이를 견디지 못한 건물주들이 아예 해당 상가를 매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융자도 없고, 오래되어 관리비도 적은 편인데도 공실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화될 것 같은 예감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변화를 느낄 정도라면 해당 현상은 하나의 원인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대규모 상가공실은 급격하게 줄어드는 자영업자로 인한 것입니다. 자영업자의 감소는 소비 계층인 2030의 인구 감소, 인터넷 쇼핑의 발달, 최저임금의 상승, 식자재 등 급등한 원자재 비용, 경제 성장률의 저하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매도자들은 고령인 경우가 많아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던 상가 월세가 끊기면서 상가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도와, 자영업의 양극화로 아예 크고 위치가 좋은 상가와 그렇지 않은 상가로 구분되면서 애매한 특성을 지닌 상가를 청산하는 과정입니다.
상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앞으로 많은 변화들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짚이는 변화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1층 상가로의 집중
10여년전까지만 해도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소비욕구의 확대와 더불어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자영업에 많이 뛰어들면서 상가는 언제나 공급 부족 상태였습니다. 아파트 크기에 비해 상가가 많다는 지적에도 정작 짓고 나면 다 분양되고 임대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땅은 정해져 있는 데 많은 상가를 넣으려다 보니 가장 시인성과 접근성이 좋은 1층 상가부터 차례대로 층수를 올려가면서 고개를 들어야 간판을 볼 수 있는 높이까지 상가로 채워 넣기도 했습니다. 지하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제 상가가 남아돌면서 경쟁력이 있는 업종만 살아남고, 그 업종이 1층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1층 상가들을 노리고 확장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 건물의 1층을 다 차지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1층으로 들어갈 정도지, 1층에서 넓은 면적을 쓸 정도가 되면 아예 상권을 옮길려고 할 것입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업종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지하나 2층 이상의 위치에 있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도 유지가 어렵다면 해당 상가는 오랫동안 공실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상가의 주택화
유럽처럼 1층에만 상가가 몰리고 나머지 층에는 상가가 비어서 임대료를 오랫동안 못 받게 되면 해당 공간을 바꾸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입니다. 지하는 거주하기에 좋지 않으니 창고나 주차장, 대규모 체육시설 등 특정 목적으로 고정될 것입니다. 2층 이상 상가 건물 중 주거에 적합한 칸들은 내부 수리나 용도변경을 통해 주거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입니다. 상가가 있는 곳은 대로변이고 교통이 편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음과 빛공해가 문제긴 하지만, 점점 빛과 소리 자극도 공해로 인식하면서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니 주택으로 쓸 수 있는 상가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주택으로 정 쓰기 어렵다면 사무공간이나 창고 사업 등 접근성을 상대적으로 크게 요구하지 않는 업종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3. 역세권, 사거리로의 집중
상가 내부에서는 1층으로의 집중이 나타날 것이고, 상가의 입지로는 역세권과 사거리로의 집중이 나타날 것입니다. 날 잡아서 필요한 물건들 사러 나가는 것이 일상화될 것이고, 여러가지 일을 볼 수 있는 사거리와 역세권에 위치하는 이점이 커질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교통비 부담을 낮춰도 다른 물가가 상승하면서 이동 등 일상 활동에도 절약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저렴한 물건이 있으면 버스 한두 번 갈아타고 가서 사 온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저렴한 물건을 보기도 쉽지 않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 위주로 소비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역세권과 사거리에 있는 상가에 손님이 몰리는 경향이 강해질 것입니다.
상가의 종말은 단순히 경제 침체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 활동의 형태, 노후 대비, 투자 수단, 생활 양상 등 우리에게 다양한 변화를 의미하는 현상입니다. 예전같으면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을 매물들이 나오고 있으니 투자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매물을 내놓는 입장에서는 더 이상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한 목적으로 저렴한 상가를 이용하려는 일부 시도가 아니면 상가 공실 현상이 장기화, 일반화되어 건축물 용도를 정부에서 바꿔줘야 할 정도가 되면 다시 투자의 대상 중 하나로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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