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답을 내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 중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의문 중 하나가 '예술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예술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예술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 노래를 부른다, 춤을 춘다, 조각을 한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고상하고 복잡한' 예술의 정의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행위가 예술이 될 수도, 아니면 하나도 예술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행위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나마 예술은 아닐지라도 예술 행위를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고 예술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코인노래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지만 이를 예술적이라고 하지 않고, 교과서 한구석에 낙서처럼 그린 그림들이 전시회를 하는 일은 드물 것입니다. 원시인들이 동굴 벽에 사냥이 잘 되기를 기원하면서 그린 벽화는 문화유산까지는 대우를 받지만, 이를 보고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서 예술이냐 아니냐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예술과 현실, 그 거리감
예술이 현실과 멀다는 것도 사실일까요? 예술 행위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것은 아닙니다. 길거리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볼 것입니다. 그런데 버스킹이나 거리 공연장에서는 어지간히 잘하지 않는 이상 시선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존재감은 훨씬 더 클 텐데, 일상에서의 예술 행위는 낯설지만, 예술을 한다고 인식하는 곳에서는 예술의 틀에 맞는지 관객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것입니다.
사진, 신기한 존재
그런 면에서 사진은 참 신기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거의 매일,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사진기로만 사진을 찍을 때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사진 찍기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진 찍기이고, AI의 성능 평가도 사진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변형시키는지로 평가합니다. AI가 텍스트는 정복을 거의 다 했지만, 사람들의 놀라움은 사진과 동영상에서 AI의 성능을 느낍니다. SNS, 쇼핑, 검색,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능이 있어도 그 중심에는 사진이 있습니다. 동영상도 있고, 유튜브도 많이 보지만, 콘텐츠 제작 행위로서 사진 찍기와 동영상 촬영 중 어느 것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보면 사진 찍기 행위가 얼마나 일상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화된 전시 행위
스마트폰 도입으로 사진을 찍는 행위만 일상화된 것이 아니라 전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진을 전시하지는 않지만, 자기도 모르게 전시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꼭 SNS가 아니더라도 단체 대화방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전시 행위입니다. 작게는 프로필 사진을 자기가 찍은 것으로 올리는 것도 전시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다
사진 찍기가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예술 행위라고 한다면, 다시 예술의 정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은 예술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예술 행위가 곧 예술은 아닙니다. 예술은 동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평가하면 예술이 됩니다. 중세시대에는 예술과 종교가 같은 영역이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예술은 체제 선전과 인민 선동의 도구로 쓰였습니다. 현대예술에서는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여 놓은 것도 작품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잘 인쇄된 종이를 값진 돈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예술의 정의는 시대마다 달라졌습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더라도 하나 남은 것은 사람이 해야 예술이 된다는 것입니다. AI가 아무리 멋진 그림을 그려도, 원숭이가 난해한 추상화를 그려도 이를 예술이라고 할까요? 사람의 이름으로 AI 그림을 속여 내는 사람은 있어도, AI의 이름으로 자신의 그림을 대신 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예술하는 인간, Homo Artifex
예술은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에서 시작합니다. 무엇을 보여줄지, 어떤 기법을 사용할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입니다. 막상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림의 틀에 넣기 좋은 것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나 음악, 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화가들이 꽃을 그리고, 사람을 그리지만 소재의 진부함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술 행위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성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예술하는 인간, Homo Artifex가 존재하는 한, 예술을 잘하는 사람은 있어도 예술을 하지 않는 인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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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입니다. 근데 그냥 침만 놓는 사람 아닙니다. 한의학부터 사회 꼬집기, 경제·경영 및 기술까지— 세상이 던지는 말들에 한 마디씩 반사해봅니다. 오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