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식하고 분류하려 해왔습니다. 성격 유형에 대한 관심은 시대마다 다른 이름과 개념으로 나타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사이자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혈액형 성격론은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MBTI와 사주 일간 등 새로운 개념의 성격 분류가 등장했습니다. 관심의 본질은 동일하지만 접근 방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MBTI에서 에겐/테토로의 변화
MBTI가 한동안 유행하다가 결국 T(사고형)와 F(감정형)의 차이로 분류가 단순화되더니, 최근에는 '에겐'과 '테토'라는 새로운 분류 기준이 등장했습니다. 에겐은 에스트로겐, 테토는 테스토스테론을 뜻하는 것으로, 각각 여성성과 남성성을 나타내는 호르몬입니다. 남녀 모두 두 호르몬을 가지고 있으며, 발현 차이에 따라 에겐 남녀, 테토 남녀 총 4개 유형으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MBTI가 16가지 유형으로 세분화되어 '전략가', '장인', '수호자', '활동가' 등 다양한 명칭을 가졌지만, 결국 사람들의 관심은 T냐 F냐로 집중되었습니다. 16가지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 에겐/테토 분류는 4가지로 단순화하여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워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주명리학과의 연결점
흥미롭게도 이 개념은 사주명리학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생년월일시에 따라 동일한 명식을 가지지만, 남녀에 따라 대운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양남음녀의 원리에 따라 양기운 천간에 태어난 남자는 순행으로, 여자는 역행으로 대운이 진행되며, 음기운 천간의 경우는 그 반대입니다.
사주에서 중요한 것은 양기운과 음기운 중 어느 것이 우세한지를 보는 것입니다. 십이지지 중 인묘진사오미(寅卯辰巳午未)는 양기운이, 신유술해자축(申酉戌亥子丑) 은 음기운이 강합니다. 남자 사주에 양기운 글자가 많으면 테토남과 유사하고, 여자 사주에 양기운이 많으면 테토녀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주명리학에서는 남자가 음기운을 많이 가지고, 여자가 양기운을 많이 가지는 것을 길하게 봅니다. 남녀라는 큰 음양 구분 속에서 사주라는 개인의 기질이 반대 음양을 띨 때 조화를 이룬다고 보는 것입니다.
궁합과 조화의 관점
에겐/테토의 남녀 궁합에서 에겐남과 테토녀의 조합을 가장 이상적으로 봅니다. 감성적인 남자와 활달한 여자가 만날 때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테토 남녀는 격렬하게 사랑하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 같고, 에겐 남녀는 서로를 인식하고 스며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타이밍을 놓치기 쉬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는 한의학의 사상체질과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소양인 여성과 태음인/소음인 남성의 조합이 테토녀와 에겐남 커플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격 분류의 의미와 활용
사람의 성격을 완벽히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유전적으로 인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으며, 심지어 침팬지와도 유전자 차이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만나고 부대끼며 생기는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은 현실이고,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성격 분류가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사상체질의학을 창시한 이제마가 말했듯이, 같은 일을 겪고 봐도 다른 생각을 하고 심지어 다투기까지 하는 것은 단순한 욕심이나 이기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성격 유형 분류를 가볍게라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학술적으로 정립된 도구부터 소수가 사용하는 특이한 분류법까지 정말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입니다. 남을 알면서 자기도 알게 되니 더욱 좋습니다.
어느 정도 탐구한 후에는 '사람이니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표현의 방식과 정도가 다를 뿐,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공통의 사유와 인식은 본질적으로 비슷합니다. 이를 인정할 때 세계평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과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 좀 더 편안한 만남을 가지며 행복한 삶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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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입니다. 근데 그냥 침만 놓는 사람 아닙니다. 한의학부터 사회 꼬집기, 경제·경영 및 기술까지— 세상이 던지는 말들에 한 마디씩 반사해봅니다. 오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