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골피 (甘, 寒) 지골피는 중상초 음허의 발열 증상에 대응한다. 구기자나무의 뿌리껍질로 구기자는 보음, 지골피는 음허발열의 청열을 담당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임증지남의안에서는 같이 쓰인 예가 없다. 구기자는 간신음허에 대응하지만 지골피는 중초와 상초의 음허와 함께 나타난 발열을 처리한다. 기침, 해혈 등 상초의 증상을 보이는 증상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옥죽, 사삼, 맥문동, 생지황, 현삼 등과 배오가 잘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골피는 약성이 완만하여 2돈 이상 처방하는 것이 좋다. 귀판(鹹甘, 微寒) 귀판은 잠양익신양혈의 약이다. 귀판과 별갑은 둘다 위로 떠오른 양기를 잡아 내리는 역할을 한다. 다만 귀판은 한열보다는 보혈보음에 좀 더 강점이 있어서 숙지황, 구기자 등 온전히 보음을 하는 ..
금은화 (甘, 寒) 금은화는 감한해표(甘寒解表)의 약이다. 온병에서는 맵고 쓰며 뜨거운 표증약들을 꺼린다. 진액을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습사가 껴있는 표증에서 발한은 상한론부터 금기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표증약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은화는 표증약임에도 불구하고 감한지제이다. 온병만의 변증 체계인 삼초변증에서 상초에 사기가 들어왔을 때 가벼운 약재로 발산하는 의미로서 금은화를 사용한다. 유명한 은교산이 이런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금은화는 병위와는 별도로 각종 옹종, 창양에도 사용된다. 습열이 피부와 기육간에 있는 옹종에서는 열을 식히면서도 피부의 진액을 보존해야 하는 데 금은화가 적절한 약이라고 본 것 같다. 임증지남의안에서는 금은화를 달여서 한번 증류한 금은화로(露)라는 용법이 ..
산조인 (甘酸, 平) 산조인은 영심안면(寧心安眠)의 약이다. 산조인의 효능은 산조인탕으로 대부분, 귀비탕으로 나머지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효능이 뚜렷하다. 바로 불면을 포함한 수면 장애가 적응증이다. 수면장애는 잠 드는 것이 어려운 입면 장애, 중간에 깨거나 잠을 깊이 들지 못하는 REM 수면 등이 있으나 우선 수면시간이 7시간 정도인지, 중간에 깨는지는 확인한다. 수면은 사람마다 편차가 많은 것처럼 보이나 수면시간이 적으면 면역력 저하로 인해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수면의 질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임증지남의안에서도 불면에는 산조인탕을 중심으로 처방을 구성한다. 산조인이 음액을 거두고 진정작용도 같이 있긴 하나 불면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다른 약들로 ..
황금 (苦, 寒) 황금은 상초의 습열을 제거하는 약이다. 황금, 황련, 황백, 치자는 황련해독탕의 구성 약재이면서 상중하 삼초의 열을 제거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처방에서는 용례가 생각보다 구분되어서 사용되는 편이다. 황금은 상초의 습열로 소화기로는 식도와 위장 상부에 해당된다. 열증과 소화기 증상이 있고 위로 열이 올라오는 경우, 복진에서 심하의 저항과 약한 압통이 있는 경우에서 사용할 수 있다. 황금은 임증지남의안에서 황련과 달리 진액을 공격하고 응삽하는 성질이 있어 섭천사 본인이 만든 처방에는 잘 쓰이지 않았지만 심하비증의 사심탕을 운용할 때에는 원방의 의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안에서 상당히 많은 사용례가 남겨져 있다. 다만 용량은 1돈 이내로 쓰고 황금을 물로 한번 씻어서 ..
두충 (甘, 溫) 두충은 간신허로 인한 근골무력(筋骨無力)에 쓴다. 두충은 소금물에 볶은 염자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생 두충은 점액질이 있어 가공이 까다롭기도 하고 실험에서 염자를 한 두중이 혈압강하 효과가 높다는 결과도 있다. 간신이 허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온성 약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간신, 특히 신장은 음양 모두 허증이 잘 나타나면서도 조열한 약을 쓰는 것을 주의해야 하기 때문에 온성이면서 점액질이 어느 정도 있는 약재들을 선호하게 된다. 두충도 그 중 하나로 음양허에 구분되기보다는 하지의 무력 또는 각종 약화 증상에 활용할 수 있으며 임산부의 태동불안도 적응증 중 하나다. 사원자 (甘, 溫) 사원자는 신양을 보하는 약이다. 정을 단단하게 하고 새는 소변을 막는다. 사원자는 사원..
섭천사는 임증지남의안에서 상한론을 근간으로 내경의 이론으로 해석하고 처방은 오미에 근거해서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미론은 본초를 처방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지만 오미로만 약을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마치 사상의학이 네 가지 체질로 인간을 해석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을 밑도 끝도 없이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 것보다는 본초는 수천 년의 세월을 통해 약이 될만한 것들을 찾았고, 그 안에서 오미를 적용하는 지라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동식물을 본초약재로 쓰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독성이 인체에 치명적이지 않아야 하고 독성이 있더라도 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부자나 초오가 대표적일 것이다. 독성이 있는 야생..
토사자 (辛甘, 平) 토사자는 보신삽정지사의 약이다. 씨앗류 약재들은 하초로 귀경하는 것으로 이론상 되어 있다. 그럼에도 효능은 조금씩 달라서 처방 구성 및 배합에서 차이를 많이 보인다. 토사자는 평성의 약재로 간신부족으로 인한 비뇨생식기 질환에 사용한다. 평성이기 때문에 한열에 큰 상관없이 쓸 수 있고 양위나 유정, 설사 등에 활용한다. 간장과 신장을 목표로 하는 처방들은 기본적으로 숙지황이나 부자 등 음양허를 해결하는 빈용 처방을 넣고 그 후 약력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씨앗류 약재들을 넣는 경우가 많다. 다르게 말하면 군약으로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남자 불임에 쓰는 오자연종환도 씨앗류 약재를 모아서야 개별 처방으로 기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복분자 (甘酸, 溫) 복분자는 온성의 고정축뇨약이다. 고..
육종용 (甘鹹, 溫) 육종용은 보신익정(補腎益精)의 효능이 있다. 기존 의서에서는 육종용과 파극천, 쇄양은 모두 양위증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구분에 대해서는 상세하지 않았다. 동의보감에서는 심지어 기원이 다른데도 쇄양이 육종용의 뿌리라고 잘못 기술한 내용까지 있을 정도이다. 임증지남의안에서는 육종용이 보신(補肝腎)의 주약으로 활용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신장의 허증은 음허와 양허로 나뉘는 데, 음허는 숙지황과 구기자 등 보음약으로 처리하고 양허는 부자로 대응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다. 신허가 심해지면 둘 다 나타나기 때문에 팔미지황환을 쓰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내경의 '신장이 마른 것을 싫어한다(腎惡燥)'는 이론에 따라 신양허에 무턱대고 부자를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완만하게 ..
사상의학은 한국 고유의 전통의학 이론인 점은 분명하다. 황제내경이나 상한론에서 체질에 대한 직접적, 간접적인 언급이 있긴 했으나 이론 체계 전체를 체질을 근간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며, 실제 임상에서도 체질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에 비해 사상의학은 체질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이론체계와 처방까지 체질의 개념에 종속시켜 구성해놓았다. 한국의 한의학 임상의들 중 20% 정도가 사상의학 처방을 활용한다고 하며, 대중들에게서도 허준만큼이나 체질에 대한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중의학이 팔강변증을 확장한 9종 체질을 최근에서야, 그것도 치미병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것을 생각하면 임상과 결합된 사상의학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상의학은 처방구성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았다. 한열로만 구분 지었던 ..
서언 흔히 양방이라고 하는 생의학(Biomedicine)의 질환 체계와 한의학의 질환 체계가 다른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도적으로는 KCD의 생의학 질병명을 쓰게 되어 있지만 한의사들이 시행하는 시술의 이론 근간은 질병보다는 변증론치에 더 힘이 실려있다. 교육자체는 양방과 한방이 결합된 형태로 배웠지만 임상에서 자주 참고하는 서적은 최근 것이라기보다는 동의보감이나 상한론, 사상의학 등이 대부분이다. 필자도 임상에서 중요하게 참고하는 책은 임증지남의안이고, 최근 것이라고 해도 2백 년 이상된 책이다. 질환별 한방치료를 시작하면서 이런 이질성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 파킨슨병은 한의학 서적에서 어디에 해당되고 그 병은 어떻게 된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그러기에는 양방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