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령 (甘淡, 平) 저령은 이수삼습의 약이다. 복령과 같은 버섯류 기원의 약이지만 복령에 비해 효능이 제한되어 있다. 담음을 제거하거나 위를 보하는 효능은 없고 소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처방하는 약으로 인식되어 왔다. 소변불리라고 하는 적응증에 쓰는 데, 주로 소변의 횟수가 일정치 않거나 소변을 보는 데 불편감이 호소한다면 처방을 고려한다. 흔히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 실금증상이 나타나면 익지인,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저령과 택사를 드는 경우가 많은 데, 임상에서는 이렇게 딱 구분되는 것 같지는 않다. 임증지남의안에서도 익지인과 저령, 택사를 같이 쓰는 증례가 많다. 대변은 변비와 설사, 묽은 변, 처음에는 굳었다가 뒤에서는 풀어지는 변을 모두 구분한다. 소변의 경우 소변불리라는 증후군 같은 증상으..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한약 처방이라면 공진단과 경옥고를 들 수 있다. 비싸고 귀한 약으로도 유명하고, 보약의 대명사로도 녹용을 제치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서는 공진단은 간허약, 경옥고는 양생의 약으로 기재되어 있고, 전신성활동불능증(만성피로증후군)의 주된 처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의원에서는 적응증이 있어야 처방을 하는 것이고, 만성피로로만 적응증을 설명하기에는 두 처방의 범위는 훨씬 넓다. 경옥고는 생지황, 복령, 인삼, 꿀로 구성되어 있고, 약재 구성보다도 중탕으로 긴 시간을 투여해 만드는 것이 더 유명하다. 지금은 원외탕전에서 제공하는 경옥고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복용법도 예전에는 나무숟가락으로 단지에 있는 경옥고를 떠먹었으나 지금은 환제, 스틱형..
생강 (辛, 微溫) 생강은 온중해표해독의 약이다. 생강과 대조는 고방과 후세방의 대우가 상당히 다른 약재 중 하나다. 고방에서는 두 약재가 다른 약재와 동급으로 약성을 가지고 적응증에 따라 넣고 빼는 대상이었다면 후세방에서는 소위 '강삼조이'라고 하는 처방의 양념처럼 여겨진 것이다. 약이 달라져서라기 보다는 음식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약재이니만큼 그 경계선에서 시대에 따라 사용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생강은 속을 덮히는 효능이 있고 미약한 해표작용이 있다. 건강, 특히 포건강(외건강, 건강탕)에 비해서는 온중효능이 떨어지지만 진액을 머금고 있는 상태로 열을 조장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사심탕의 주요 약재 중 하나고, 표증을 끼고 소화불량 등 각종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면 처방 후보에 올려놓는 것이 좋다. ..
한의학에는 고유한 인체 생리학 이론이 구비되어 있다. 오장육부, 기혈진액, 십사경락으로 대표되는 생리학 이론은 그 자체로도 온전한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리학 이론이 없다고 하는 것은 세포와 분자단위까지 이론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의학의 생리론에 비해 한방의 생리학 이론이 지금 보기에는 소박하거나 거친 느낌이 들어서 그럴 것이다. 각종 기전을 밝히는 논문에서 현란한 각종 지표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런 체계로 한의학 이론체계를 해석하고 싶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시도가 중요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도에 한계가 있으며 차라리 새로운 과학이론 체계를 기다리는 것이 한의학의 생리 이론을 지금의 언어로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했듯, 의학은 어느 시대에..
의학의 발전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발생했다. 새로운 이론의 발견은 인류의 이동, 전쟁, 인구의 증가 등 더 큰 흐름 속에서 영향을 받아왔고, 의학의 일부는 다시 그 흐름에 영향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한의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생적인 이론혁신이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은 더 큰 변화를 따라간 것이 많다. 기후의 변화 등 사람의 힘이 작용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특히 한의학은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반도에서 그 영향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다시 체계를 굳힌 이론이다. 이 때문에 한의학 발전의 경로에는 허준과 이제마를 꼽는 사람이 많다. 중의학의 아류로서 취급받거나 아니면 아예 티벳의학이나 아유르베다처럼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특성에 적응을 하고,..
환자의 상담은 진료의 중요한 과정이다. 한의원처럼 전통적인 진단 방법이 위주인 경우 환자와의 상담이 단순한 병력 청취를 넘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환자의 상담은 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돌아다닌다. 어떤 원장은 호통을 쳐가면서 진료를 한다느니, 어떤 원장은 꼼꼼하게 듣고 설명을 해줘서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고 하는 식이다. 진료시간이 누적되면서 자신만의 환자 상담 기술은 축적되고 향상되겠지만 좀 더 나은 방향, 특히 장기간의 한약처방과 같이 비급여 시술을 진행해야 할 경우 경험이 상당히 누적되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비급여 치료에서 상담이 중요한 것을 반증하는 것은 여러 피부과 시술에서 상담실장을 별도로 고용하는 것다. 의학적인 설명만 원장이 하고 나머..
한약의 탕전은 기존 서적에서는 생각보다는 상세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상한론의 계지탕이 약을 끓이고 복용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적었고, 다른 처방들도 이에 준한다고 하나 지금은 한의원 또는 원외탕전에서 탕전을 해서 포장을 해서 복용하는 시대이다. 적어도 옹기 약탕기에 물 얼마를 넣고 얼마를 빼고 하는 식의 방법만으로는 지금의 약 조제 환경에 적합한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것이다. 첩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기존 의서의 용량은 모두 1첩을 기준으로 한다. 첩지에 싸서 보관했다가 처방한다는 개념인데, 원래는 환자의 몸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2-3일 분량의 약을 조제해서 복용시킨 후 약량을 조절하여 다시 투여하는 개념이었다. 첩지도 양반이나 서민들을 위한 것이었지 궁궐의 왕들은 약방에서 바로 계량해서 끓인 약을 복..
한약의 처방은 약재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개별 약재의 발견과 전파, 한의학 체계로의 편입 또한 많은 시간 소요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진행된다. 이 과정 또한 중요하지만 몇몇 사람의 인력으로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또 기존에 알려진 약재만 해도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에 일선 임상현장에서는 잘 알려진 약재의 활용에 주력하는 것이 피부에 와닿는 것이다. 요즘처럼 약전에 등록되어 있거나 적어도 식품재료로라도 올라가 있어야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는 분위기에서는 좋은 효능을 가진 약재 하나의 힘보다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약재 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은 아무래도 상한론을 위시한 고방에 있다. 후세방은 기본방 단위로 조합을 하다 보니 약재를 한 20가지 정도로 구성하고 나면 딱히 걸리..
후박 (苦辛, 溫) 후박은 한증의 흉복만을 다스리는 약이다. 섭천사는 "厚朴通陽明"이라는 말로 후박을 정의했다. 양명, 즉 위를 통하게 하는 약으로 후박을 사용했고, 따뜻한 약성이니 주로 비양허가 원인인 질환에 후박을 사용한 증례가 많다. 흉완부위의 저항은 주로 지각이나 지실로 처리하나 둘 다 약성이 따뜻하지는 않다. 진피가 따뜻한 약성을 가지고 있으나 복부의 창만까지 처리하려면 후박이 필요하다. 복진시 중완 이하의 복부가 저항이 있으면 사용하며, 승기탕의 예처럼 사기나 조시 등 복만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약을 같이 배오한다. 천궁 (辛, 溫) 천궁은 중상초의 혈울을 다스리는 약이다. 강황이나 울금 등 중상초를 병위로 하는 어혈약들은 있지만 천궁은 어혈보다는 혈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할 ..
행인 (苦, 微溫) 행인은 윤성의 강기지해평천의 약이다. 임증지남의안에서는 다른 의사들이 치료하다 잘 낫지 않은 환자들의 치료한 의안이 많다. 주로 온병처방이 아닌 기존의 처방을 쓰다가 별무호전 또는 악화되어서 온병처방 또는 정반대의 약성을 지닌 처방으로 치료를 하는 내용이다. 의안에서는 폐로 가는 차가운 약을 함부로 써서 악화된다거나 그런 약을 쓰면 안 된다고 여러번 주의를 당부한다. 보통 쓰고 차가운 약을 일컫는 말로 폐와 위의 음액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의 폐와 상초로 귀경하는 약물 대신 많이 활용한 것이 행인이다. 행인은 쓴 맛을 가지고 있으나 온성이며 기름기가 많은 윤성의 폐약이다. 행인이 마황탕 등에서 쓰이고 후세방에서는 행소음 등 쓰임이 상대적으로 적고 본방의 가미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