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단과 경옥고의 임상 활용
온병학2022. 2. 28. 14:04공진단과 경옥고의 임상 활용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한약 처방이라면 공진단과 경옥고를 들 수 있다. 비싸고 귀한 약으로도 유명하고, 보약의 대명사로도 녹용을 제치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서는 공진단은 간허약, 경옥고는 양생의 약으로 기재되어 있고, 전신성활동불능증(만성피로증후군)의 주된 처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의원에서는 적응증이 있어야 처방을 하는 것이고, 만성피로로만 적응증을 설명하기에는 두 처방의 범위는 훨씬 넓다. 경옥고는 생지황, 복령, 인삼, 꿀로 구성되어 있고, 약재 구성보다도 중탕으로 긴 시간을 투여해 만드는 것이 더 유명하다. 지금은 원외탕전에서 제공하는 경옥고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복용법도 예전에는 나무숟가락으로 단지에 있는 경옥고를 떠먹었으나 지금은 환제, 스틱형..

생강, 건강, 대조의 처방 활용
온병학2022. 2. 22. 17:57생강, 건강, 대조의 처방 활용

생강 (辛, 微溫) 생강은 온중해표해독의 약이다. 생강과 대조는 고방과 후세방의 대우가 상당히 다른 약재 중 하나다. 고방에서는 두 약재가 다른 약재와 동급으로 약성을 가지고 적응증에 따라 넣고 빼는 대상이었다면 후세방에서는 소위 '강삼조이'라고 하는 처방의 양념처럼 여겨진 것이다. 약이 달라져서라기 보다는 음식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약재이니만큼 그 경계선에서 시대에 따라 사용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생강은 속을 덮히는 효능이 있고 미약한 해표작용이 있다. 건강, 특히 포건강(외건강, 건강탕)에 비해서는 온중효능이 떨어지지만 진액을 머금고 있는 상태로 열을 조장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사심탕의 주요 약재 중 하나고, 표증을 끼고 소화불량 등 각종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면 처방 후보에 올려놓는 것이 좋다. ..

한의계의 내생적 혁신과 제도 변화를 위한 제언
사회문화2022. 2. 18. 15:53한의계의 내생적 혁신과 제도 변화를 위한 제언

의료는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사회의 변화에 선제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COVID-19 사태에서 목도했듯이, 사회 구성원의 생명에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의료는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마저도 경제, 사회, 정치 등 다른 분야의 우선순위에 밀려 의료 본연의 주장을 내세우고 관철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더욱 높은 단계의 봉쇄를 주장하나 자영업자들의 경영난 가중 등으로 인해 이를 쉽게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감염병을 줄이는 것도 의학적인 시술과 처치가 위주가 아니라 몇백년전부터 사용해온 격리와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한의학과 중의학, 일본의 한방의학이 갈라진 분기도 의학 자체의 특성보다는 제국주의의 물결..

한방 생리이론 간평
온병학2022. 2. 15. 15:44한방 생리이론 간평

한의학에는 고유한 인체 생리학 이론이 구비되어 있다. 오장육부, 기혈진액, 십사경락으로 대표되는 생리학 이론은 그 자체로도 온전한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리학 이론이 없다고 하는 것은 세포와 분자단위까지 이론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의학의 생리론에 비해 한방의 생리학 이론이 지금 보기에는 소박하거나 거친 느낌이 들어서 그럴 것이다. 각종 기전을 밝히는 논문에서 현란한 각종 지표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런 체계로 한의학 이론체계를 해석하고 싶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시도가 중요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도에 한계가 있으며 차라리 새로운 과학이론 체계를 기다리는 것이 한의학의 생리 이론을 지금의 언어로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했듯, 의학은 어느 시대에..

의사요략 (醫史要略)
온병학2022. 2. 12. 14:41의사요략 (醫史要略)

의학의 발전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발생했다. 새로운 이론의 발견은 인류의 이동, 전쟁, 인구의 증가 등 더 큰 흐름 속에서 영향을 받아왔고, 의학의 일부는 다시 그 흐름에 영향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한의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생적인 이론혁신이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은 더 큰 변화를 따라간 것이 많다. 기후의 변화 등 사람의 힘이 작용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특히 한의학은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반도에서 그 영향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다시 체계를 굳힌 이론이다. 이 때문에 한의학 발전의 경로에는 허준과 이제마를 꼽는 사람이 많다. 중의학의 아류로서 취급받거나 아니면 아예 티벳의학이나 아유르베다처럼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특성에 적응을 하고,..

환자 상담의 개요
온병학2022. 2. 10. 11:20환자 상담의 개요

환자의 상담은 진료의 중요한 과정이다. 한의원처럼 전통적인 진단 방법이 위주인 경우 환자와의 상담이 단순한 병력 청취를 넘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환자의 상담은 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돌아다닌다. 어떤 원장은 호통을 쳐가면서 진료를 한다느니, 어떤 원장은 꼼꼼하게 듣고 설명을 해줘서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고 하는 식이다. 진료시간이 누적되면서 자신만의 환자 상담 기술은 축적되고 향상되겠지만 좀 더 나은 방향, 특히 장기간의 한약처방과 같이 비급여 시술을 진행해야 할 경우 경험이 상당히 누적되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비급여 치료에서 상담이 중요한 것을 반증하는 것은 여러 피부과 시술에서 상담실장을 별도로 고용하는 것다. 의학적인 설명만 원장이 하고 나머..

탕전론
온병학2022. 2. 9. 11:54탕전론

한약의 탕전은 기존 서적에서는 생각보다는 상세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상한론의 계지탕이 약을 끓이고 복용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적었고, 다른 처방들도 이에 준한다고 하나 지금은 한의원 또는 원외탕전에서 탕전을 해서 포장을 해서 복용하는 시대이다. 적어도 옹기 약탕기에 물 얼마를 넣고 얼마를 빼고 하는 식의 방법만으로는 지금의 약 조제 환경에 적합한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것이다. 첩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기존 의서의 용량은 모두 1첩을 기준으로 한다. 첩지에 싸서 보관했다가 처방한다는 개념인데, 원래는 환자의 몸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2-3일 분량의 약을 조제해서 복용시킨 후 약량을 조절하여 다시 투여하는 개념이었다. 첩지도 양반이나 서민들을 위한 것이었지 궁궐의 왕들은 약방에서 바로 계량해서 끓인 약을 복..

2천년 전의 부자되기, 화식열전을 읽고 나서
경제현상2022. 2. 7. 15:322천년 전의 부자되기, 화식열전을 읽고 나서

최근 사마천의 사기(史記)의 사실상 마지막 부분, 화식열전을 읽었습니다. (사기의 원문과 해석, 그리고 제가 추천하는 화식열전에 대한 전문가 강의 유튜브는 이 글 맨 아래에 링크했습니다) 모든 역사책의 으뜸인 사기는 그 위상만큼이나 엄청난 비난에 시달린 책입니다.  기전체, 편년체 등 중국에서 쓰인 역사서적은 일정한 서술의 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은 날짜에 따라 써 내려간 편년체지만 사기를 비롯해 한서, 삼국지, 구당서, 신당서, 송사 등 왕조의 역사를 기록하는 책은 모두 본기-세가-열전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기는 황제, 세가는 왕 등 제후, 열전은 그 외 인물들을 기록하는 데, 철저히 계급의 구조입니다. 정작 사기는 기전체의 원조로 불리지만 계급 구조를 엄격히 지키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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