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가 널리 알려진지도 꽤 되었습니다. 그냥 '챗'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ChatGPT의 최신 GPT-4 모델은 유료라 돈을 내고 쓰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딥엘(Deepl)도 1년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서비스 자체는 구글 기계 번역과 차이가 없습니다. 구글은 무료지만, 딥엘은 유료죠. 하지만 딥엘의 자연스러운 번역은 기존 기계번역에서 이상한 번역 때문에 원문을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싹 날려버렸습니다. 뉴욕타임즈나 파이낸셜타임즈의 기사들을 번역한 것을 보면 국내 기자들이 썼나 싶을 정도로 깔끔합니다. 일부 신문에서 비문이 난무하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인공지능이 더 글을 잘 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딩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이썬을 시작한지는 꽤 되었지만 원하..
독서에 관심을 가지거나 독서량을 늘려야겠다고 결심하면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크던 작던 서점에 가서 책을 읽거나 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기 위해 방문하거나 회원증을 만들어서 빌리기도 합니다. 전자책도 그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책을 다 사기는 어렵고, 전자책은 구독서비스처럼 무제한으로 정해진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전자책을 고민하면 같이 따라 붙는 것이 전자책을 읽는 도구입니다. 전자책 플랫폼들은 PC에서 폰, 전자책 리더기(이북리더기)까지 다양한 기기에서 책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기에, 어떤 도구로 책을 읽을지에 대한 고민은 독자의 몫입니다. 그중 많이 고민하는 것이 e-Ink를 쓰는 전자책 리더기를 구입할지 여부입니다. e-Ink는 나온 지 꽤 되었지만 장단점이 명확해서 없어지지..
코로나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지도 3년이 다 되어 간다. 코로나 이전에는 의사협회에서 비대면 진료는 입밖에도 못 꺼내게 하더니 코로나 환경 속에서 환자의 필요와 병원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는지 비대면 진료를 한정적으로 허용했다가 최근 다시 비대면 진료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수백만건의 처방이 비대면 진료로 나갔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위험성이 보고된 것이 없어서인지 의사협회는 전면적인 비대면 진료 거부보다는 초진은 반드시 내원하고 그 이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태도가 바뀐 것이 보인다. 그 이유는 여전히 안전성을 들고 있지만, 이미 이뤄진 수백만건의 비대면진료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연구해 봐야 한다는 대답만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해지자. 비대면진료를 전면허용하면 일부 대형병원으로..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 逆天者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을 따르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는 말입니다. 윗글의 출처를 명심보감으로 많이 듭니다. 명심보감의 천명편에 나와있는 데, 정작 명심보감은 천명에 대한 여러 고전을 인용하면서 제일 먼저 맹자를 언급합니다. 명심보감에서 인용한 맹자의 말은 이루(離婁)편에서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孟子曰:「天下有道,小德役大德,小賢役大賢;天下無道,小役大,弱役強。斯二者天也。順天者存,逆天者亡。 뜻을 새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천하에 도(道)가 있을 때에는 덕이 작은 사람이 덕이 큰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고, 조금 현명한 사람이 크게 현명한 사람에게 부림을 당한다. 그러나 천하에 도가 없을 때에는 힘이 적은 사람이 힘이 센 사람에게 ..
최근 서울 모 대형병원의 병원장이 불법의료행위를 하는 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채용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PA 간호사는 의사의 진료, 특히 수술을 도와주는 진료보조 간호사를 의미합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 수술도 할 수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의사 대신 수술에 들어가면서도 이에 대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PA 간호사는 대학병원이라면 없는 곳이 드물다고 합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5천명에 육박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PA 간호사가 의사 대신 수술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간주됩니다. 워낙 PA 간호사들이 숙달되다 보니 환자들의 만족도를 위해서라도 계속 맡기게 ..
고령인구가 늘어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장례식에 갈 일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혼은 줄어들고 장례가 늘어나다 보니 결혼식장이었던 곳이 장례식장으로 바뀌는 것도 드물지 않으며, 장례지도사의 활약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혼식처럼 장례식도 본인 또는 가족이 주관해서 자주 치르는 행사는 아닙니다. 결혼식은 평생 한번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장례식도 부모님에 한정해서 부고를 내고 상주가 되어 치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장례식의 경우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또는 가족을 보내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다 보니 비용이 들더라도 돈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막상 장례식장과 상조회사에 견적을 받아보면 소위 '남들 보기에 번듯한'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처음 놀라는 것은..
초저출산 시대, 결혼은 더 이상 큰 의미 없는 소수의 관심사일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가족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친한 친구의 아버님마저도 '혼자 사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생각해 봐라'라고 제 친구한테 얘기해서 저한테 들릴 정도니 적어도 제가 아끼는 사람들의 바람 중 하나가 결혼이 맞고, 이를 미루거나 포기하면 안타까워할 것입니다. 저는 결혼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졌을 뿐입니다. 그러다 최근 다시 생각을 해 봤습니다. 왜 사람들을 소개받고 만나도 아직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사회학적인 분석을 해 봤습니다. 결혼식을 하면 신랑신부가 하는 선서가 있습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때까지..
처음으로 일본을 갔던 것은 2007년이었습니다. JR패스라는, 기간을 정해 놓고 자유롭게 기차를 탈 수 있는 표를 가지고 부산으로 간 다음 후쿠오카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오사카-도쿄-오사카-교토-나가사키-후쿠오카까지 8일 동안 여행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때의 일본은 별천지였습니다. 세상을 알아가는 나이인 20대의 호기심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좁은 KTX 밖에 없던 시절에 넓고 편안하며 진동도 없는 신칸센을 탔던 것부터,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시부야역의 깨끗한 공중화장실과,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줄을 새치기하는 사람도 보기 힘들었고, 길에 놓인 물건이라도 자기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가전양판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최신 제품들이 즐비했고, 백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의료체계로 영국의 NHS(the National Health Service)가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했던 복지 국가 영국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제도이자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과 비교되고, 실제로도 정책시행에서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등 여러 개념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최근 NHS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에 따르면 NHS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와 일반의(GP)의 만족도가 최근 30년간 가장 낮은 상태라고 한다. 2010년대에 60%의 만족도를 보이다가 2021년도에는 30%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간호사들은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고, 2022년..
책을 쓰다 보면 책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독자로서의 관점뿐만 아니라 책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 생긴다. 수 많은 책들이 놓인 서점에서 어떤 책을 집어서 열어보고, 계속 읽고 싶어서 사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똑같지만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부분 독자들은 서점 입구 바로 옆에 있는 베스트셀러 가판대의 책들을 먼저 살펴볼 것이다. 알만한 사람이 쓴 책이거나 관심 있던 주제면 손길이 가고 한 번쯤 열어볼 것이고, 거기서 매력을 느끼면 좀 더 읽거나 책을 사게 된다. 그 다음에는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 모인 곳으로 이동한다. 대부분 경영경제나 자기계발 코너가 가까이 있다. 특별한 목적 없이 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분야이기도 하다. 표지는 화려하고 홍보문구는 자극적이다. 저자의 사진을 넣어..